‘인력풀’ 한계 드러낸 윤석열…‘협치’ 설 자리 좁혔다읽음

곽희양·남지원 기자

‘능력’보다 ‘친분’ 위주 인선에

“통합정치 빈말이냐” 비판 나와

캠프·인수위 등 ‘쓴 사람’ 또 써

14일 완성된 윤석열 정부 첫 내각 인사에서 국민통합과 협치, 공동정부 구상이 사라졌다. 윤 당선인과 함께 일했거나 친분이 가까운 인사를 두드러지게 중용해 좁은 ‘인력 풀’의 한계를 보였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 인사는 배제돼 공동정부 구상은 흐릿해졌고, 서울·영남 출신의 50·60대 남성에 편중돼 다양성도 보이지 못했다. “국민을 편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를 강조해 온 윤 당선인의 약속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를 이끌 18명의 정부부처 장관 인사의 특징은 ‘쓴또쓴’(쓴 사람 또 쓴다) 조어로 함축된다. 소위 ‘내 사람’이라고 인식된 인사를 대거 기용한 것은 인력 풀을 넓히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검찰 최측근이자 ‘특수통’ 후배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서 함께 일했고, 서울중앙지검장과 3차장검사,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는 윤 당선인의 서울 충암고, 서울대 법학과 후배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때 선대위나 선대본부, 당선 후 인수위원회에 몸담았던 인사들은 대거 기용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원희룡 국토교통부·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이종섭 국방부·김현숙 여성가족부·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가 이에 속한다.

윤 당선인은 친분이 있는 사이여도 ‘능력이 있으면 기용한다’는 기조를 뒀지만, 그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나온다.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출산이 애국’ 취지의 기고 등으로 가족정책을 이끌 자리에 걸맞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자신이 일했던 경북대 의대에 자녀를 특혜 편입시켰다는 의혹도 받는다.

윤 후보 시절 약속한 30대 없고 “지역·남녀 균형”도 안 지켜

원희룡 내정자도 부동산·국토·교통 분야에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현숙 내정자는 가족과 청소년 복지 관련 전문가이지만, 성평등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비판을 받는다. “ ‘캠코더’(문재인 대선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만 했던 문재인 정권과 확실한 차별점을 둔 현장형 실용인사”라는 평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협치와 공동정부에 대한 구상을 뒤흔든 인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내정자 발탁은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전면전으로 해석되면서, 민주당과 협치는 더욱 어렵게 됐다.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이 인선에 불만을 표시했음에도 안철수계 인사는 배제되면서 통합정부 구상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인수위 구성 때는 인수위원 24명 중 8명이 안철수계였다.

‘서육남’(서울·60대·남성) 중심의 인선으로 다양성도 부족하다. 서울대 출신이 9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출신 지역은 서울 5명, 영남 7명, 충청 4명, 호남과 제주 각각 1명이었다. 평균 연령은 59.9세로, 최연소는 한동훈 내정자로 49세다.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한 30대 장관은 나오지 않았다.

여성은 3명으로, 내각의 16.7%다. 정치 분야에서 여성의 대표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엔여성기구의 ‘여성정치인 2021’ 보고서에 견줘보면, 이는 세계 114위 수준이다. 2021년 기준 문재인 정부의 내각 여성 비율은 69위(27.8%)였다. “각 부처를 유능하게 맡아 이끌 분을 찾아 지명하다보면, 지역·세대·남녀 등이 균형 잡힐 것”이라는 윤 당선인의 지난 10일 1차 인선 당시 발언은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경향티비 배너
Today`s HOT
부활절 앞두고 분주한 남아공 초콜릿 공장 한 컷에 담긴 화산 분출과 오로라 바이든 자금모금행사에 등장한 오바마 미국 묻지마 칼부림 희생자 추모 행사
모스크바 테러 희생자 애도하는 시민들 황사로 뿌옇게 변한 네이멍구 거리
코코넛 따는 원숭이 노동 착취 반대 시위 젖소 복장으로 시위하는 동물보호단체 회원
불덩이 터지는 가자지구 라파 크로아티아에 전시된 초대형 부활절 달걀 아르헨티나 성모 기리는 종교 행렬 독일 고속도로에서 전복된 버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