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독주, 종착역은 어디인가?

정희완 기자

법안 처리 위해 탈당까지…

참여연대·민변도 “졸속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반발하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4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에 반발하며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4월 1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 이준헌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수사·기소 분리’ 법안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법안 공포를 목표로 속전속결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법안 처리를 위해 탈당하는 등 여야 합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도 등장했다. 검찰은 물론 법조계·학계까지 나서 법안 시행을 거세게 반대했다. 수사·기소 분리에 동의하는 시민단체들도 속도 조절을 요구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여야가 받아들이면서 국회 내 대립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김오수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이 줄사표를 내는 등 검찰의 반발이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또다시 ‘검찰개혁’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15일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안을 소속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발의했다. 검찰의 수사권을 삭제하고 검찰의 역할을 기소와 공소유지 등으로 제한하는 게 핵심이다. 해당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한 지 사흘 만이다. 법이 시행되면 형사소송법(1954년), 검찰청법(1949년) 제정 이후 약 70년 만에 형사사법 체계의 대변혁이 이뤄진다.

■민주당 편이 없다

민주당은 4월 임시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고 5월 3일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음 정부로 넘기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4월 21일 “윤 당선인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법 공포 이후 시행까지 3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로운 수사기관 설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이 가지고 있는 6대 범죄 수사권 등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4월 7일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사보임했다.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 양 의원을 참가시키려는 의도였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 내 이견이 있는 안건을 논의하는 기구다. 다수당의 일방 독주를 방지하자는 취지로, 민주당이 적극 주장해 2012년 도입했다. 안건조정위는 여당 3명, 야당 3명으로 구성하는데 야당 몫 가운데 1명은 무소속 등 비교섭단체가 맡는다. 양 의원이 법안 처리에 찬성한다는 전제하에 여당 4명, 야당 2명의 구도를 만들려고 했다. 4명이 찬성하면 안건을 바로 통과시킬 수 있다.

양 의원이 민주당 기대와 달리 법안 처리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그러자 법사위 소속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4월 20일 전격 탈당했다. 안건조정위 무소속 자리에 민 의원을 배치해 법안 처리를 강행하기 위해서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4월 22일 제안한 중재안은 수사·기소를 원칙적으로 분리하되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또 중수청 등 검찰을 대신할 수사기관 신설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해 6개월 내 입법을 마친 뒤 1년 내 출범키로 했다.

검찰은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 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항의하며 사직서를 제출했고 고검장급 고위 간부 7명도 모두 사퇴 의사를 밝혔다.

중재안이 나오기 이전에도 검찰은 연일 반발했다. 지난 4월 8일 전국 고검장 회의를 시작으로 검사장, 부장검사, 평검사, 사무국장, 수사관 회의 등을 잇따라 열었다. 검찰 구성원 전체가 일제히 들고 일어선 모양새다. 이들은 “범죄방치법”, “국민만 피해” 등을 주장하며 수사·기소는 절대 분리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4월 17일 사의를 표명했다가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 후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4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4월 1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 국회사진기자단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 혼란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민주당의 수사·기소 분리 방향은 동의하지만,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졸속 추진을 우려했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쓸 순 없지 않느냐”며 “현재 상황에서 후속 작업 없이 법이 통과되면 사법체계가 엉망이 된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경찰을 통제할 장치가 불충분하다는 점,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게 한 점 등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제도가 완전히 안착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검토·보완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수사권 조정 이후 1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수사 과정 곳곳에서 불만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가 사라지고 경찰은 스스로 불송치 결정을 통해 사건을 종결할 수 있게 됐다. 대신 검찰은 보완수사나 재수사를 경찰에 요구할 수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6대 범죄로 한정됐다. 자연스럽게 고소·고발 등 각종 사건이 경찰로 몰렸다. 그러나 경찰 인력 증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피해 구제도 늦어졌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기간이 3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수사 진척 없이 사건이 방치되는 사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아예 통지하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장애인과 아동 등에게 법률 지원을 해온 김 변호사는 이 정도 혼란을 겪기는 처음이라며 “피해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다.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해도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기보다 대체로 다시 같은 경찰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김 변호사는 “이미 심증을 가지고 결정을 내린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대로 따를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는 이른바 ‘핑퐁’도 사건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 변호사는 “수사 지연은 범죄자를 법의 심판에서 풀어주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변협이 지난해 12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변호사 511명 가운데 86%(439명)가 ‘경찰에서 조사가 지연되거나 연기된 사례를 경험하거나 들은 바 있다’고 답했다. ‘경찰 수사에서 고소 사건이 적정한 기간 내 처리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84%(427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에서도 1459명 가운데 72.3%(1055명)가 경찰 수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검찰 출신인 김영기 변호사는 4월 11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동일한 사건이 수사의 진척 없이 검찰과 경찰을 오가며 사건번호만 바뀌고 있다. 제도 개정으로 검경 모두 자신들의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 건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8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앞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면담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경찰청은 신중

경찰 내부는 복잡하다. 일단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량 급증으로 인한 불만과 냉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제팀 등 기존에도 업무량이 많던 수사부서는 수사권 조정 이후 기피 현상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또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더 늘어난 수사 경찰들은 다른 행정 경찰 등에 비해 승진 시험에 대비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 권한이 늘어나면서 지휘부는 좋겠지만, 현장 수사관들은 일이 늘어난 것 말고는 긍정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다는 여론이 많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검수완박이 실현되면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론 검수완박에 찬성하는 의견도 많다. 민관기 경찰직장협의회 위원장은 “검경 간 견제와 통제 차원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부터 폭증한 업무량을 감당하기 위해 인력 증원 및 재조정, 예산 확충 등의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용 경찰청장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검수완박 찬반을 묻는 질문에 “국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경찰 지휘부의 인사권을 윤석열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에, 검찰과 달리 관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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