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미국도 그렇다”…법률가의 통치를 법치로 인식

심진용 기자

논란 사안 때마다 우리와 환경 다른 ‘미국’ 거론

출근길 취재진과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검사 중용’ 인사 문제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출근길 취재진과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검사 중용’ 인사 문제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적절성엔 “FBI가 하는 검증 방식”
대선 주자 땐 주 52시간제 비판하며 “미, 예외 많이 인정”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검찰 출신 편중 인사 지적에 ‘미국 같은 나라도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인사 비판에 미국의 사례를 들어 반박한 셈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에 따른 법무부 비대화 논란이 일자 “미국에서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으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리다. 한국과는 제도와 관행 등이 다른 미국의 사례를 끌어들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 출신 편중 인사와 관련해 ‘인재풀이 너무 좁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선진국, 특히 미국 같은 나라를 보면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검사 등 정부 소속 법률가) 경험 가진 사람들이 정·관계에 아주 폭넓게 진출하고 있다”며 “그게 법치국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거버먼트 어토니는 보통 연방정부나 주정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는 검사를 가리킨다. 미국에도 검사 출신 정·관계 인사가 많은데, 검찰 편중이라는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생각인 셈이다. 그러나 검찰총장 출신인 대통령이 같은 특수부 출신의 가까웠던 검찰 인사들을 정부 요직에 기용하는 문제에 대해 ‘미국도 검사 출신이 많다’는 식으로 답하는 것이 상황에 들어맞느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국과 미국의 검찰 제도를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그게 법치국가”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법률가의 통치’를 법치주의로 이야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정치 전공자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통화에서 “미국 대통령들도 측근들을 대거 기용했다고 한다면 차라리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국 검사 출신들의 정·관계 진출이 활발하다는 것과 한국 대통령이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을 정부 요직에 임명하는 것을 비교하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7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의 적절성 논란에도 “미국에서 하는 방식”이라며 “대통령비서실은 사람 뒤를 캐는 것은 안 해야 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도 미 연방수사국(FBI)이 공직 후보자에 대한 1차 검증을 수행한다며 “미국의 선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과 인사정보관리단이 일정 부분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설명에 미국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해 상원의 견제 장치를 폭넓게 마련하고 있는 등 한국과 실정이 다른데 일부분만 따와서 ‘선진적인 시스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한다는 이야기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를 비판하면서 “미국은 화이트칼라나 전문가에 대해 노동 규제의 예외가 많이 인정된다”며 미국의 사례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했다. 지난해 12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집권 시 검찰공화국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미국 하원에서 법조인은 75% 정도일 것”이라며 미국 통계를 인용해 반박했다가 이 통계가 사실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자 “제117대 하원의원 중 로스쿨 출신 비율은 약 33%로 확인됐다”고 정정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비판에 대해 능력과 전문성을 강조한다. 전날 금융감독원장으로 ‘윤석열 사단’ 이복현 전 부장검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은 “금감원은 규제 감독기관이고, 적법 절차와 법적 기준을 가지고 예측 가능하게 일해야 하기 때문에, 법 집행을 다룬 사람들이 가서 역량을 발휘하기에 아주 적절한 자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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