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출근길 소통, 신선한 파격·불안한 직설 ‘양날의 검’

심진용 기자

취임 후 41일간 18차례 도어스테핑…빛과 그림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의례적 수준 넘어서는 답변
야당 공세와 부정적 여론에
특유 화법으로 정면돌파 뜻
‘무책임’ ‘솔직’ 평가 엇갈려

야당 “자기 무덤 될 수 있어”
트럼프 ‘트위터 정치’ 비교도
여당도 ‘메시지 정제’ 언급

파격일까, 불안일까.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소통’(도어스테핑)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대통령이 전에 없이 활발하게 취재진과 직접 대면하면서 대국민 소통의 수준이 올라갔다는 호평이 나온다. 대통령이 정제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우려 또한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취임 후 19일 현재까지 41일 동안 18차례 취재진과 출근길 만남을 가졌다. 청사에 출근하지 않는 날이나 오전에 외부 일정이 있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소통했다.

답변의 수위는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6·1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3일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로 국정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많다’는 취지의 질문에 “경제위기를 비롯한 태풍의 권역에 우리 마당이 들어가 있다”며 “집에 창문이 흔들리고 마당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답했다. 경제위기 대응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의지를 한마디 대답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편중 인사 비판이 한창이던 지난 8일에는 “과거엔 민변(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아주 도배를 하지 않았느냐”고 답했다. 부정적인 여론과 야권 공세에 맞서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으로 정면 돌파를 택했다는 해석이 이어졌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15일에는 “제가 대통령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주시라”고 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과 솔직한 답변이라는 이해가 엇갈렸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취임 전부터 준비가 이뤄졌다. “구중궁궐 청와대를 벗어나겠다”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단행한 만큼 소통에서도 전과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은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만든 ‘10가지 변화’ 중 하나로 출근길 대통령의 상시 질의응답을 꼽으며 “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야권에서는 비판이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재직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두고 “스스로 판 자기 무덤이 될 수도 있다”며 “과하면 넘치고, 넘치면 사고가 난다. 안정적 국정운영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지금이라도 즉시 보완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17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신선하지만, 반드시 사고가 난다”며 “차라리 한 달에 한 번씩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는 게 어떻겠는가”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를 두고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고 발언한 이후 윤 대통령의 서초구 사저 앞 ‘맞불 시위’로 이어지면서, 전·현직 대통령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됐다는 논란에 직면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지난 15일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하며 조절 필요성을 조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특유의 ‘트위터 정치’로 적잖은 혼란을 야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우려는 없지 않다. 국정운영과 관련해 대통령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나오고 나면, 참모진은 그 한마디에 갇히고 상황 변화에 대처할 여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내에서는 소통 형식은 바람직하지만 내용적으로는 보다 정제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권 비판에 대해 “선의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전 정부 때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의식하는 면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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