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해경 지휘부 사의 때와 다르지 않나” 곱잖은 시선읽음

심진용 기자

윤 대통령 순방 일정 소화 중인 상황, 당장 결정 어려워 보류

해경 지휘부 사의 땐 5시간 만에 반려…불편한 기색 드러내

<b>경찰 독립성 확보 방안 토론회</b>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는 동안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이 ‘경찰국 설치 철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경찰 독립성 확보 방안 토론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격려사를 하는 동안 전국경찰직장협의회 소속 경찰이 ‘경찰국 설치 철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실은 27일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표 수리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이날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난 만큼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지를 내고 “김 청장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직자의 사의 표명은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며 “김 청장이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면 법에 따라 들여다볼 건 들여다보고 수리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이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는지, 징계 심사에 계류 중인지 등을 조회한 뒤 수리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지난 24일 해양경찰 지휘부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일괄 사의를 표명했을 당시 윤 대통령이 5시간여 만에 사의를 일괄 반려했다는 점에서, 보류 결정에 경찰과 김 청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김 청장이 이날 사의 표명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사전에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23일 임기가 만료되는 김 청장은 이날 낮 12시 경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김 청장은 아직 의원면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사표 제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순방 일정을 소화 중인데 당장은 사표 수리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 청장 사퇴 표명에 대해 “공지 외에 덧붙일 말은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순방을 가시는데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왜 그러지’ 하는 생각은 들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해경 지휘부 사의 반려와 비교하는 질문에는 “경우가 다르지 않으냐”고 답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순방외교 첫날에 치안 총수라는 분이 회견까지 열어서 사직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청장이 윤 대통령 출국 직전 사의를 표명하며 행안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 권고안을 재차 비판한 데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김 청장은 사의 표명 입장문에서 “자문위 논의와 관련해 국민 입장에서 최적의 방안을 도출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권고안은 경찰제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청장 사의 표명 이후 경찰 반발이 격화할 가능성이 전망된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가 국회에서 개최한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는 경찰관 50여명이 ‘근조 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야권을 중심으로 ‘경찰 장악’ 비판 역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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