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이준석 선택적 침묵, 왜?

박순봉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택적 침묵 전략을 쓰고 있다. 공식 회의 발언은 줄이되, 자신을 향한 비판에는 비례 대응격으로 적극 반박하고 역공까지 이어간다. 당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 배현진 최고위원·장제원·안철수 의원 등과의 갈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자 내놓은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서, 자신이 갈등의 진원지가 아닌 흔들기의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공격에는 단호하게 대응해 추가적인 공세는 원천차단하는 효과도 노리려는 걸로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표는 지난 22일 윤리위원회를 전후로 선택적 침묵 기조를 보이고 있다. 최고위원회 회의, 회의 후 기자들과의 약식 질의·응답 발언(백브리핑)은 확 줄였다.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3차례 있었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간략한 언급만 하거나 발언하지 않았다. 28일에는 공개 일정도 잡지 않았다. 30일 최고위원회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필리핀 특사 출국을 이유로 잡지 않았다.

기자들 질의·응답도 선택적으로 응하고 있다. 지난 20일 최고위 회의 후, 21일 국회 ‘2022 국회 산학정 공동 심포지엄’ 정책 토론회 참여 후, 23일 최고위 회의 후, 24일 언론사 포럼 참석 후에도 기자들의 질문에 거의 답하지 않았다. 배현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윤리위원회 징계 등 불편한 질문들이 다수 나왔던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 25, 26일에는 ‘백범 김구 선생 제73주기 추모식’ 등 3차례 행사에 참여했는데 모두 백브리핑에 응했다.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났을 때, 28일 ‘제2연평해전 기념행사’ 후, 29일 포항 일정 후에도 응했다.

반면에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KBS 라디오, 21일 BBS 라디오, 22일에는 SBS TV, 23일에는 KBS 라디오, 27일 MBN 등에 출연했다. SNS는 20일 2건, 21일 2건, 22일 1건, 23일 1건, 24일 2건, 25일 1건, 27일 1건, 28일 2건, 29일 3건(오후 9시 기준)을 올렸다. 열흘간 총 15건의 글을 올렸고 이 중 절반인 7건의 글은 자신에게 의혹을 제기하거나 비판한 인사에 대한 대응성 글이었다. 대표적으로 안철수·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간장 한사발’, 김정재 의원의 혁신위원회 ‘이준석 사조직론’ 반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대표의 선택적 침묵, 혹은 선택적 발언은 자신이 갈등의 진원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를 중심에 두고 여러 갈등과 논란이 벌어지고, 당의 리더인 이 대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선 갈등과 논란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닌, 탄압의 결과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선 “저는 다른 사람이 뭐라 하면 반응하는 편”이라면서 “제가 선제로 누굴 공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도 “제가 보통 사안에 대해서 반응하는 걸 보면 저에 대해서 모두가 공격을 하거나 이런 것들이 과도한 시점에 하는 것이지, 제가 우리 당내 인사에 대해서 먼저 가서 어떻게 공격을 하고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공식 회의보다는 SNS나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유리한 운동장에서 싸우겠단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9일 기자와 만나 “최고위 회의에서도 자신을 적대시하는 최고위원들이 있고, 여기서 발언하면 싸움하는 모양밖에 안 되기 때문에 발언을 줄인 걸로 보인다”면서 “원하는 얘기를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SNS와 방송을 싸움터로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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