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00일

민감한 질문엔 “다른 질문 없죠?”…잇단 돌출 발언 ‘역효과’읽음

조형국·이수민·박채움 기자

‘출근길 문답’ 어땠나

정제 안 된 메시지 논란 불러
질문 4개 중 1개 ‘반문 화법’
유보적 답변으로 회피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다음 날부터 해온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의 마이너스 효과가 커지고 있다. 시행 초기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소통에 나선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인사 참사, 비선 논란, 여권 내 권력 다툼,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제·조율되지 않은 메시지가 연이어 돌출된 탓이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 내용을 공식 기록·관리하지 않는다. 출근길 문답을 대통령의 공식적 직무수행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비공식 업무’로 규정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있었다.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다이브는 윤 대통령이 지난 5월11일부터 진행한 총 36번의 출근길 문답을 분석했다.

이달 16일까지 출근길 문답에서 나온 질문은 총 140개였다.

여야 대치, 국회 상황(원구성 등) 등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이 58개(41.43%)로 가장 많았고, 장관 후보자 의혹이나 임명 여부 등 인사 질문이 33개(23.57%)로 뒤를 이었다. 외교안보 관련 질문은 19개(13.57%), 사회 16개(11.43%), 경제 13개(9.29%) 순이었다.

전체 140개 질문 중 윤 대통령이 답변을 하지 않은 질문은 15개였다. 이 중 10개는 출근길 문답을 마치고 떠나는 윤 대통령의 등 뒤에 던져진 질문이었고, 5개는 윤 대통령이 “다른 질문 없죠?”(5월17일 윤재순 총무비서관 논란), “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내일 하십시다”(7월8일 국정원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 고발), “거기에 대해선 더 답변 안 할게요”(7월20일 대우조선해양 파업) 등 답변을 피하거나 거부한 경우였다. 답변하지 않은 경우는 정치 분야(8건)가 가장 많았고 사회(4건), 인사(3건) 순이었다.

취재진 질문에 윤 대통령이 반문 형식으로 답을 대신한 경우는 답변을 한 질문 125건 중 33차례(26.4%)였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임명 안 한 장관 후보자가 몇 분 있죠?”(5월17일)라고 답하거나, 화물연대 파업 대응 방안을 묻자 “국토부에서 어떤 대화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6월9일)라고 되묻는 식이다.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 “지난 정부 때 종부세 이런 것들은 거의… 세금이라는 건 징벌적으로 하는 게 아니거든요?”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등 지난 정부(민주당 정부·전 정부 등)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할 때도 반문 화법이 등장했다.

‘법과 원칙’을 앞세운 답변은 총 16차례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자택 앞 시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논란이 되는 정치 현안이나 화물연대·대우조선해양 파업 등 사회 분야 현안을 놓고 “법에 따라” “헌법정신”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이 언급됐다. ‘검토하겠다’ ‘챙겨보겠다’ 등 유보적 답변은 총 22건이었다. 전체 140개 질문 중 62건(44.29%)이 답하지 않거나 반문 또는 유보적 답변을 한 경우였다.

신지영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민으로부터 질문할 권리를 위임받은 기자들에게 반문으로 답하는 것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갖는 설명할 의무, 답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며 “질문의 본질을 비트는 반문으로 답을 피하는 행동은 자신이 권력자임을 드러내는 태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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