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 ‘범정부 사이버안보 사령탑’ 재추진…“민간 정보통신망까지 감시·사찰” 악용 우려

박광연 기자

정부의 민간 개입 최소화하며

통합 대응력 갖춘 컨트롤타워

향후 입법 논의 핵심이 될 듯

국가정보원이 논란 끝에 번번이 좌초됐던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을 추진한다. 이 법은 사이버 공격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설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의 실질적 대응 역량을 강조하지만, 정보기관의 민간 감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국정원이 지난 8일 입법예고한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은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위원회(위원장 국가안보실장)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범정부 통합대응조직을 두는 내용이 골자다. 북한의 해킹 등 사이버 공격에 민관이 협력 대응한다는 취지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다.

현재 정보보안 체계는 공공(국정원)·국방(국방부)·민간(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문별로 대응 주체가 분산돼 있다. 국정원은 “사이버안보 위협 상황 발생 시 범정부 차원의 종합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민관 통합 사이버안보 대응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는 17대 국회 때부터 꾸준히 있어왔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1월 정부는 국가사이버안보법안을 냈다. 21대 국회에는 대통령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정책조정회의와 국정원 소속 국가사이버안보센터를 설치하는 조태용 전 국민의힘 의원(현 주미대사) 법안, 사이버안보위원회와 국가사이버안보센터 모두 국정원에 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법안이 계류돼 있다.

국정원이 사이버안보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 문제가 불거져 매번 입법이 진전되지 못했다. 국정원이 민간을 감시·사찰할 수 있으며, 관련 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강하게 작동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지난 3월 “국정원 권한을 민간 부문의 정보통신망으로까지 확대하는 목적”이라며 “기밀성을 우선하는 정보기관이 정보투명성과 민관 협력을 근본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사이버보안 업무 담당 방안은 적절하지 않다”고 사이버안보법안 폐기를 인수위에 제안했다.

최근 법 제정 추진이 공개되며 유사한 논란이 재발하자 국정원은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법안에 규정된 사이버안보 정보는 사람이 아닌 사이버 공격에 대한 정보”라며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부활이나 ‘민간인 사찰’ 가능성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가사이버안보기본법 제정안 준비 과정에서 통합대응조직을 국가안보실, 국무총리 산하, 과기정통부에 두는 방안과 별도 행정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해외 해킹조직의 공격 수법을 파악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이라며 국정원에 두기로 최종 결정했다.

국회에는 과기정통부에 사이버보안본부를 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법안도 발의돼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민간의 보안 영역에 공공이 개입, 유연하고 자율적인 사이버보안 환경 조성을 방해하고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정보기관과 정부의 민간 개입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범정부 통합대응력까지 갖춘 사이버안보 컨트롤타워 설치 문제가 향후 입법 논의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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