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질의응답 줄고 ‘논란 발언’ 연발…‘탈권위 파격’에서 ‘출근길 리스크’로읽음

심진용 기자

61회로 멈춘 출근길 문답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은 대통령실 이전에 따른 ‘용산 시대’를 상징하는 사례였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은 호평과 비판 속에 21일까지 총 61회 치러졌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사흘에 한 번꼴로 문답이 이뤄진 셈이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으로 수차례 논란이 불거지며 비판이 제기됐고, 여권 안팎에서 중단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생각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유례 없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보로 평가받았다. 대통령실도 출근길 문답을 윤석열 정부 들어 나타난 대표적인 변화의 사례로 꼽았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 대한 애착과 소통 의지를 꾸준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월11일부터 출근길 문답을 시작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집무실로 출퇴근하는 대통령 자체가 이채로웠다.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모습은 더 큰 파격으로 여겨졌다. 탈권위 행보로 평가받았고, 국정 투명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은 6월 ‘새로운 10가지 변화’ 중 하나로 출근길 문답을 꼽았다. 대통령실은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출근길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이라며 “역대 대통령과 비교 불가능한 소통을 통해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는 약속을 실천했다”고 자평했다.

출근길 문답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갈등을 심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 편중 인사 관련 질문에 “과거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들이 도배를 하지 않았나”, 경찰 인사 혼선 관련 질문에 “중대한 국기문란”이라고 답했다.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방문 당시 지인 동행으로 논란이 일자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야권의 비판을 불렀다. 여권에서도 우려와 함께 중단 건의가 나왔다. 대통령은 국정 최종 결정권자인 만큼 발언 또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발언이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7월 중순 들어 윤 대통령은 한동안 질의응답을 1~2개로 줄였다. 답변도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는 사례가 많아졌다. 이전까지 많게는 7~8개 질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며 출근길 문답의 의미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출근길 문답을 열흘 이상 중단하기도 했다. 7월 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겨냥한 ‘내부 총질’ 문자 논란 당시 출근길 문답은 13일 동안 중단됐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발생 직후에도 국가애도기간 등을 이유로 일주일 넘게 출근길 문답을 진행하지 않았다. 부담스러운 질문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 중단을 공지하며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출근길 문답 당시 MBC 출입기자가 질의응답을 마치고 돌아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큰소리로 따져 물은 것이 문제라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에 대한 기본예의가 갖춰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출근길 문답 재개 여부도, 재개 시점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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