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또 유예 조짐…조세원칙 저버린 정치권

윤승민·조문희 기자

‘금융소득 일괄 통산해 과세’
20대 국회서 처리 후 유예

윤 대통령 ‘폐지’ 공약에
‘부자감세’ 비판했던 민주당
“개미들이 부정적” 말 바꿔

여야가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며 2년 유예해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다시 2년 유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걷는다는 조세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개정안을 발의·처리해 놓고는 유예론을 꺼낸 탓이다.

금투세는 정부가 2020년 6월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을 발표하며 구체화됐다. 주식 등의 거래에는 증권거래세를 걷었지만 주식·채권·펀드 및 파생상품 투자 소득에는 비과세 범위가 넓어 ‘소득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금융투자상품별 과세 방법에도 차이가 있었다.

금투세는 투자자의 다양한 금융상품 소득을 일괄 통산해 세금을 걷자는 취지로 도입 논의가 진행됐다. 대신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표되고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20대 국회에서는 여야 가리지 않고 금융투자로 얻는 소득에 과세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 중에는 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인 추경호 의원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금투세 도입을 2년 추가 유예하고 증권거래세 인하폭도 계획(0.23%→0.15%)보다 작은 0.20%로 낮추겠다고 밝히면서 금투세 관련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1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액주주들이) 연말에 (과세 대상) 한도를 비켜나가기 위해 시장에 투매한 경우가 있었다”며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세가 도입돼 이른바 ‘큰손’이 금융투자시장을 떠나면 소액주주들도 투자 손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투세 2년 유예안에 대해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꼬박꼬박 증권거래세를 내고 극소수 거액투자자들은 세금을 대폭 감면해주는 부자감세, 악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1월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식양도세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리며 금투세를 걷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7일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했다. ‘세퓰리즘’ 지적도 나왔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는 ‘부자감세 반대’라며 윤 대통령 공약을 비판했다. 그러나 금투세 과세 시점이 다가오자 지난 14일 “개미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인데 당이 유예 반대를 고집할 이유가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8일 “정부가 주식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상향 방침(가족합산 10억원어치 보유→개인 100억원어치 보유)을 철회하고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낮추면 금투세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론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부는 ‘폐지’가 아닌 ‘유예’를 택했지만, 추가 2년 유예가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국회가 금투세가 언제든 폐지될 수 있다는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조세정의 원칙에도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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