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인수 뒤 망가지는 트위터…“민주주의 위협” Vs. “옮겨가면 된다”

김재중 기자
트위터의 로고와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트위터의 로고와 일론 머스크 트위터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망가트린 대가를 민주주의가 치르게 될 것이다.”

일론 머스크로 소유주가 바뀐 후 트위터와 관련한 뉴스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머스크가 1억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인인데다, 세계적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소셜미디어인 트위터가 ‘머스크 체제’에서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부정적이거나 우려 섞인 평가가 많다. 머스크가 7500여명이던 직원을 3분의 1로 줄이는 과정에서 보인 과격한 모습과 혐오 표현 등으로 트위터에서 퇴출당했던 ‘문제 사용자’ 들의 복귀에 기존 사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트위터 매출의 90%를 광고가 차지하는데 주요 기업들이 속속 광고를 중단하면서 경영 환경도 악화했다. ‘머스크 리스크’가 커진 것이다. 특히 머스크 체제에서 가짜뉴스와 증오 콘텐츠가 벌람하면서 트위터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사용자들로부터 외면당할수록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4월 트위터 인수 방침을 밝히면서 “자유 언론은 민주주의 작동의 기반이 되는 바위”라면서 “트위터는 인류의 미래에 중요한 문제들이 토론되는 디지털 광장”이라고 말했다. 언론 자유를 트위터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유 언론 절대주의자’라면서 증오 표현 등에 대한 트위터의 규제 정책을 비판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10월27일 인수를 완료한 직후 트위터에서 퇴출당했던 사용자들을 복귀시켰다. 2020년 대선 패배를 부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극우 음모론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극우 음모론과 성소수자 증오 표현 등으로 악명 높은 캐나다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 등이 대표적이다.

머스크가 인수하자마자 트위터에서 증오 표현이 급증했다는 실증적 연구도 있다. ABC방송이 이달 초 보도한 몽클레어 주립대 연구팀의 보고서를 보면 머스크가 인수하기 전 트위터는 일주일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증오 표현이 포함된 트윗이 한 시간에 평균 84건 올라왔다. 12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평균 1000여건이다. 그런데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다음 날은 10월28일 12시간 동안 증오 표현이 담긴 트윗이 4778건 올라왔다. 연구팀은 “머스크가 대표가 된 이후 트위터가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추측이 있지만 그가 트위터 인수를 공식 완료한 날이 이 플랫폼의 인종주의적, 극단주의적 사용자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은 것은 명확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판사실의 모니터 요원들은 다른 플랫폼에 머무르시길. 제발 부탁이다”라고 비아냥대는 트윗으로 문제 사용자 복귀 조치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응했다. 하지만 머스크가 트위터 직원을 대규모로 감원하면서 유해성 콘텐츠를 걸러내는 기술을 담당하는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망가지는 트위터는 민주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워드 W 프렌치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 교수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트위터의 붕괴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민주주의에 지정학적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머스크가 표방한 자유 언론 절대주의는 책임성이 없는 방종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고 자유 언론을 망가트리게 된다는 것이 프렌치 교수의 견해다.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가 없는 소통의 장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이며 폭력적인 주장으로 뒤덮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 언론을 지킨다는 행위가 되레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면 민주주의 국가들은 자유 언론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들에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나온다. 트위터가 망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하며 트위터가 민주주의에 필수적이라는 관점도 과장됐다는 것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잭 섀퍼 기자는 트위터를 광적으로 사용해온 일부 정치인과 언론인 등 엘리트 집단이 트위터를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라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은 트위터가 망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가 적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에서 트위터를 쓰는 사람은 20% 수준으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해 적고, 트위터 사용 빈도가 높은 상위 25%가 트윗의 97%를 올리고 있다는 통계도 제시했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도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는 국보가 아니다”라면서 “트위터가 망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망하더라도 우리는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가 망하면 다른 경쟁자가 트위터의 역할을 재빨리 대체할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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