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구청장, 국민의힘 공천 과정부터 '시끌'

박송이 기자

예비경선 5명 컷오프·여론조사 규정 유리하게 변경 등 논란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주간경향] 지난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 상식과 공정에 부합하는 공천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모든 후보자에 대해 당선가능성, 도덕성, 전문성, 당 및 사회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철저한 종합심사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철저한 종합심사’를 통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기초단체장 및 광역의원, 기초의원 후보자를 결정했다. 국민의힘 후보자로 결정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그중 한명이었다.

지난 10월 29일 158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했다. 재난 대비·참사 대응에서 박희영 구청장은 국민의힘 서울시당이 약속한 기준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용산구 관내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박 구청장은 핼러윈 축제로 많은 인파가 이태원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도 관계기관 간담회나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10월 25일 용산구청 간부회의에서는 핼러윈 대비 안전관리 필요성이 거론됐지만, 박 구청장은 행사 참석을 이유로 5분 만에 자리를 떴다. 10월 26일 열린 용산구, 경찰, 이태원역장, 상인연합회 간담회에도, 10월 27일 열린 ‘핼러윈 대비 긴급대책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은 긴급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데 대해 “부구청장이 관례대로 주재했다”고 설명했지만, 박 구청장의 말과 다르게 예년에는 구청장이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안전대책까지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재난대비·안전관리를 위해 관내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야 하는 구청장으로서 기본적인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 11월 15일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특위)가 박희영 용산구청장, 부구청장, 국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김병민 특위 위원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인파 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용산구청은 “용산경찰서 보도자료를 보고 경찰이 자체적으로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9시 30분경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등이 있는 텔레그램 단톡방에 “인파가 많이 몰려 걱정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구청과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에 사고 위험을 알리지는 않았다. 구청장으로서 매년 해오던 안전관리 역할을 방기했음에도 참사 다음 날에 “구청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핼러윈은) 축제가 아닌 현상”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했다.

당내에서도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자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병민 위원은 “용산경찰서 보도자료를 봤다면, 기동대가 필요할 상황일 정도였다는 걸 알고 이에 대해 대비했어야 한다. 면담 자리에서 이에 대해 물었더니 박희영 구청장을 비롯해 아무도 말을 못 했다”라며 “지자체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등 관계기관장들이 모여 회의를 해야 하고 당연히 구청장과 경찰서장이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완전히 마비된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천하람 변호사(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참사 당일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는데, 그걸 왜 권영세 장관이 있는 단톡방에만 올리고 마는가? 구청장 정도 되면 항시 동원할 수 있는 인력이 최소 10명 이상이며, 거기에 용산구청에는 재난안전 관련 부서도 있다. 하다못해 시의원, 도의원들에게 연락해 민방위복이라도 입고 나와서 대응하도록 했어야 한다”며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을 했다면 분명히 막을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데 안일하게 본인을 공천해준 국회의원에게만 ‘걱정이 된다’며 보고한 것은 큰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논란 많았던 공천과정

오랜 기간 미국에 거주했던 박희영 구청장은 2014년 용산구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계에 입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시의원에 도전했으나 낙선하고 2022년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후보로 공천돼 당선됐다. 2018년 당시 경선 오디션에서 권영세 의원을 꺾은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이나 용산구의장을 지낸 김정재 전 구의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이력이 짧고 지명도도 낮다. 박희영 구청장은 어떻게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후보로 공천됐을까.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용산구 기초단체장 공천은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4월 26일 김정재, 박규정, 배기석, 서정호, 황춘자 등 국민의힘 용산구청장 예비후보 5명은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일방적으로 박희영, 정남길, 김경재 후보 3명을 경선 후보로 결정하고 5명의 후보는 컷오프(공천 배제)한 것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4월 18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합당하면서 합의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국민의당 측 공천 신청자를 포함해 모두 4명 이상이 신청한 지역은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예비경선을 실시해 3명을 선발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측 공천 신청자를 포함해 3명 이하가 신청한 지역은 100% 일반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곧바로 본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김정재 후보 등 예비후보 5명은 합당 합의안에 따라 국민의당 출신 서정호 후보를 포함해 8명의 예비후보가 있는 용산구는 100%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예비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당의 일방적인 3명 경선후보 선정은 합당 원칙과 정당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유경준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은 “박희영 구청장은 3인 경선을 통해 1등을 했다”라며 “정상적인 공천과정을 거쳤다”라고 말했다. 합당 당시 합의한 경선룰에 대해서는 “자격이 있는 사람이 입후보했들을 때, 국민경선으로 한다는 게 룰”이라며 “(자격 여부는)공천심사위원회에서 공천심사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판단해 결정한다”고 말했다. 용산구 예비후보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몫의 공천관리위원도 있기 때문에 만약 국민의당 후보가 자격요건이 됐다면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들이 요구했을 것”이라며 “자격요건이 안 됐기 때문에 컷오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중앙당의 말은 다르다.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중앙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천하람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원칙적으로 100% 국민경선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국민의당 몫 공관위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한다는 식의 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천관리부위원장이었던 한기호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중앙당에서는 후보가 다수일 경우는 (컷오프하지 말고) 반드시 경선을 하라는 지침을 시·도당에 내려보냈다”며 “다만 시·도당 공천관리위원장에게도 상당한 권한이 있다”라고 말했다.

5명의 후보가 컷오프된 후 박희영, 김경대, 정남길 3명 후보 간에 치러진 경선에서는 박희영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문구 수정이 논란이 됐다. 경선 과정에서 박희영 후보는 ‘용산구 국회의원 정책특보’라는 직함을 사용했다. 당시 경선을 전후해 박희영 후보가 사용한 ‘정책특보’라는 직책이 법적 보좌진 8명에 해당하지 않는 직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 ‘용산구 국회의원’이라는 표현 자체가 권영세 의원을 연상시켜 사용할 수 없음에도 해당 규정을 수정해 박희영 구청장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초단체장 경선 여론조사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이름이나 이를 연상시키는 직책이 들어가면 안 된다. 그 직책이나 이름이 들어가면 그 후보가 경선에서 이길 수밖에 없다”라며 “직함 바꿔서 여론조사 돌려보면 순위가 다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당초 ‘특정인의 이름이 들어간 경력, 인수위 등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경력, 선대위 경력, 당 비공식 기구 경력’ 등은 여론조사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다른 후보들이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경력’이 들어간 ‘용산구 국회의원 정책특보’라는 직함을 쓰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하자 서울시당에서는 이를 제재하는 대신 ‘특정인을 연상시키는 경력’을 규제 규정에서 삭제했다. 박희영 구청장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 규정 자체가 바뀐 것을 두고 박희영 구청장을 넘어선 다른 힘이 작동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유경준 서울시당 위원장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기억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권영세 장관 책임론

정치권에서는 공천과정의 논란 속에서 박희영 구청장이 공천된 데에는 용산구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영향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진영 의원이 민주당으로 가면서 용산 국민의힘 자원이 뿌리째 뽑혀나간 셈이 됐다. 거기에 민주당의 성장현 구청장이 3선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권영세 장관이 2020년 총선에서 박빙으로 민주당을 어렵게 이겼다”라며 “용산에서 국민의힘 자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권영세 의원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해 권영세 장관의 공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박희영 구청장은 지난 구청장 경선에서 ‘권영세 정책특보’라는 명함으로 여론조사에서 이겼다”라며 “황춘자 전 당협위원장, 김정재 당시 구의회장, 배기석 전 보좌관 등이 모두 컷오프로 탈락했고, 본경선에서는 민주당에서 넘어온 후보 등 형식적으로 경쟁을 붙여 경선을 치렀다. 박희영 구청장에게 공천을 주기 위한 들러리 경선이 진행된 셈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확인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 측은 “공천과정에서 당협위원장과의 친소관계나 개인적인 영향력 등을 따지고 들려면 전국의 모든 당협이 다 해당되는 문제라고 본다. 당시 많은 지역에서 공천에 이의제기가 있었고 용산도 있었지만, 재심이나 법적 쟁송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라며 “박희영 구청장과 관련된 문제를 공천과정과 연결시키는 것은 너무 과장된 관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의 공천을 다룬 논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에 관한 연구-다층적 가치의 충돌과 카르텔형 공천’(윤왕희·현대정치연구 2022년 여름호)은 지방선거 공천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하위 단위 선거로 내려갈수록 공천과정이 더 불투명하며 임의성이 더 크게 부각된다.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가운데 외부적으로 그러한 영향력의 노출을 최대한 숨기면서 공식적인 절차로 분식하는 과정이 나타나는 것이다.” 윤왕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논문과 관련해 “각 시·도당에서 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당협위원장이나 해당 지역 국회의원의 의견이 제일 많이 반영된다. 절차는 갖추지만, 공천 절차가 실질적으로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권력자원으로 쓰일 사람들을 공천해서 앉히고 싶은 생각이 제일 먼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등 밑으로 내려갈수록 당협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의 조직자원으로 쓰이는 측면이 아주 강해진다. 정치에서는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이 분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함에도 현실은 조직의 자원으로 간주되고 이용되면서 그 역할이 왜곡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변호사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있을 때,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살려야’ 할 사람이 ‘떨어뜨려야’ 할 사람으로 바뀌는 데 5분도 안 걸렸다. 컷오프가 너무 자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시당 기초단체장에 도전했던 정치권 관계자는 “경선 결과 점수조차 발표되지 않고 공천관리위원끼리 결정하다 보니 더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철학인 ‘공정과 상식’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강조하며 “당선가능성, 도덕성, 전문성, 당 및 사회기여도 등을 기준으로 철저한 종합심사를 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정당이 보증해 내세운 후보를 국민은 믿고 뽑았지만, 정당이 내세운 기준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박희영 구청장은 안전관리, 참사 대응에 모두 실패했다. 박 구청장을 공정한 경선으로 선출했다며 후보로 밀어올린 국민의힘은 공천에 대한 책임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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