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응이냐, 후퇴냐?…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로 딜레마에 빠진 시진핑

김재중 기자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인근 기둥에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붙인 전단이 붙어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사진 크게보기

영국 런던의 중국 대사관 인근 기둥에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대가 붙인 전단이 붙어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가장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시 주석으로선 어떤 선택을 하든 체면을 구기고 정치적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것이다. 서방 언론들은 중국공산당이 1989년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사태 이후 가장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진단까지 내놓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2012년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을 만났을 때 했던 말을 인용해 그가 직면한 딜레마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당시 아프리카, 중동에서 도미노처럼 퍼졌던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에 관해 해당 지역의 지도자들이 인민들의 고충에 대한 감각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은 자신이 비판했던 아프리카, 중동의 지도자들과 같은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완화해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봉쇄 위주의 정책을 고집하고 있어 사회적·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인민들이 항의와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퇴진’이나 ‘자유를 달라’라는 구호가 이를 대변한다. 감시와 통제가 일상화된 중국에서 이번 반정부 시위는 이례적이다.

시 주석과 중국 지도부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두 갈래다.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거나, 제로 코로나 정책을 완화 또는 폐지하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기존 정책을 고수할 경우 분노를 더욱 자극해 시위에 기름을 부을 수 있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섣불리 완화 또는 폐지할 경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코로나19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는 그렇지 않아도 관례를 깨고 3연임을 밀어붙이며 독재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시 주석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길 수 있다. 강력한 봉쇄 정책이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무한정 지속할 수도 없다.

후자를 선택하기도 어렵다. 시 주석과 지도부는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을 중국식 일당 체제가 미국 등 서구 민주주의 체제보다 우월함을 보여주는 증거로 선전해왔기 때문이다. 지금 철회한다면 공들여 구축해온 ‘무오류’ 프레임이 손상되는 것이다. 중국이 고령자를 중심으로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봉쇄 위주의 정책을 섣불리 풀었다가는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우려도 있다.

영국 런던 소아스(SOAS)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국장은 “시 주석은 그의 무오류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후자를 선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 국장은 “독재자가 도전을 받을 때 본능적 대응 방식은 억압”이라면서 “시 주석 역시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2019년 홍콩에서 대규모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을 당시 경찰력을 동원에 강경 진압하고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훼손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인 바 있다.

지금 시점에서 예상할 수 있는 중국 당국의 대응 방식은 ‘시간 벌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위 주도 인물이나 집단을 색출해 처벌하고 여론을 통제함으로써 시위가 확산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의 단계적인 완화를 시도함으로써 불만을 누그러뜨리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셍 황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시위를 주도한 소수 인사들을 색출해 처벌하는 동시에 제로 코로나 정책의 일부 완화를 조합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함으로써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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