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달을 맞은 29일 별도 관련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대통령의 공식 사과 없이 참사 한 달이 지나간 셈이다. ‘진상 규명 우선’이라는 입장만 반복할 뿐 대통령의 공식 사과나 책임자 문책 등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참사 한 달을 맞아 윤 대통령의 별도 입장 발표가 없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이 여러 차례, 여러 자리에서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입장을 전했다”면서 “유족들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명확하게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희생자 빈소에서 유가족에게 “국가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4일에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위령법회에 참석해 추도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고, 5일 참사 위로예배와 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도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종교행사 추모사나 회의 모두발언을 통한 ‘사과 표시’가 아니라 대국민담화 형식 등을 통한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에게 “진실성 있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참사 직후부터 공식 사과·책임자 문책 요구를 받았지만,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양쪽 어디에도 가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책임론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진상 규명과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 온 진상 규명 역시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은 없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를 전담하면서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에도 정부·여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출근길 문답에서 “일단 경찰 수사, 그리고 송치받은 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 규명을 국민께서 더 바라고 계시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정조사 요구에 즉각적인 반대 의사를 보였다.
여야는 우여곡절 끝에 국정조사에 합의를 했지만, 이상민 장관 거취를 두고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물론, 탄핵소추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여당뿐 아니라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국정조사 보이콧으로 맞서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장관 해임을 밀어붙인다면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며 “기존 합의도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국조위원 사퇴에 더해 대통령실의 증인 불참 가능성도 거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및 국정조사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하는 이유 자체가 명확하게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라고 많은 국민이 생각할 것”이라며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이상민 장관에 대해 해임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진상 규명 전에 이미 결론을 정해놓은 것으로 비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