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띄운 중대선거구제, 국민의힘은 왜 뜨뜻미지근할까

정대연 기자
시민들이 1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사진 크게보기

시민들이 1일 서울 중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를 시청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시작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띄웠다. 그런데 집권여당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다른 사안에서는 윤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국민의힘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신중한 도입을 강조한다. 당 차원의 공식 논평도 이틀째 나오지 않았다. 여당 핵심 지지 지역인 영남권 일부를 더불어민주당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직)선거법상 선거(총선) 1년 전인 올해 4월까지 선거구제가 확정돼야 하는데, 지금부터 논의해도 시간이 많이 빠듯하다”며 “모든 선거구제가 일장일단이 다 있다. 소선거구제 폐단도 있지만 장점도 있고, 중대선거구제도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지고지순한 제도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 폐단을 강조한 윤 대통령과는 온도 차가 있는 발언이다.

‘윤심(윤 대통령 의중) 마케팅’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갑자기 불거져 나와서 당 내부에서 의견 수렴이 아직 된 게 없다”며 “당대표가 되면 당 내부 의견을 잘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은 전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 사정이 다르다”며 “여야 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돼야 확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 지도부와 친윤계 의원들의 유보적 태도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했을 때 자당이 불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현재 보수정당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영남권에서 상당수 의석을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국민의힘 안에서 제기된다. 주 원내대표와 김 의원은 모두 영남이 지역구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호남은 (한 선거구에서) 3·4인을 뽑아도 우리 당이 안 되고 정의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구·경북은 민주당이 약 30%가 나오고 부산은 40% 이상 나온다. 부산은 많으면 절반을 민주당이 가져간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중대선거구제 도입시 국민의힘이 호남에서 얻는 의석보다 민주당이 영남에서 얻는 의석이 훨씬 많을 것이란 예상이다.

당에서는 이 같은 친윤계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김웅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에서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언급하자 양당의 텃밭이자 기득권 지역에서 반발한다고 한다”며 “‘우리는 모두 친윤’이라고 외치던 그 신종선서는 어디로 간 것이냐. 자기에게 유리할 때만 친윤이냐”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가 줄어드는 것을 결사반대하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성공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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