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난방비 폭탄’ 민심에 놀랐나···취약계층 요금 할인·‘전 정부 탓’ 여론전도읽음

문광호 기자

대통령실·산업부 각각 대책 발표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 인상 등

야당 주장 ‘추경’ 편성엔 선긋고

“문 정부 잘못 때문” 원인 전가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사진 크게보기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난방비 폭탄’에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민의힘과 정부가 26일 일제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지원 대책을 정부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는 각각 기자회견을 열고 취약계층 대상 가스요금 추가 할인 등 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아 인상이 불가피했다며 여론전도 이어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난방비 폭등의) 원인을 따지자면 세계적 현상이지만 어쨌든 혹한 겨울에는 난방 에너지 취약계층 등 우리가 보살펴야 할 계층이 있으니 그분들을 향해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게 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중으로 당정협의회를 열어 정부와 추가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도 이날 오전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난방비 대책을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은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기초생활수급가구 등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대해 올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두 배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해 가스요금 할인 폭을 현행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 두 배 확대한다고 말했다.

당정이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것은 난방비 급등으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 정부와 여당이 에너지 수입 단가 상승 등 외부 요인만 강조하며 요금을 급격히 올려놓고 서민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무대책으로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난방비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야당이 주장하는 대책에 선을 긋고 정책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당정은 이날 난방비 취약계층에 대한 족집게 지원 대책을 내놓으며 서민, 중산층으로 지원을 확대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에 대응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경 편성은 어렵지만 예비비나 기타 전용 가능한 재원을 활용해 (정부가) 서민 부담을 줄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난방비 지원 대상으로 중산층·서민층 혹은 전 국민까지 다 열어두는 건가’라고 묻자 “그렇게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며 “실제 가계에 미치는 영향, 정부가 동원 가능한 재원과 효과들을 당정협의회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난 다음에 방향을 잡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횡재세’(유가 폭등으로 많은 영업이익을 낸 정유사로부터 거두는 세금)에 대해 “국가 조세정책의 형평성이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더 많이 신중히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난방비 폭탄 문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에 전가하는 여론전도 이어갔다. 난방비 폭탄의 원인이 된 윤석열 정부의 급격한 가스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에서 제때 요금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에너지 포퓰리즘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이 그대로 뒤집어쓰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과 이에 대한 순차적 가격 인상 등에 대비하지 못한 전 정부의 실책으로 국민들께서 에너지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지난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여파에 세계적 고물가 현상이 겹쳐 난방비가 너무 급속하게 올랐다”고 주장했다. 윤상현 의원은 SNS에서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 정책 후유증 때문”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탈원전 정책으로 말미암아 한전의 빛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탓에 국민들은 가스비 급등이라는 폭탄을 맞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도시가스의 원료인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단가는 2017년 5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t당 400~600달러 선으로 안정적이었다. 수입단가가 급격히 상승한 것은 임기 말인 2021년 10월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요금을 11.6% 인상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현재까지 요금을 23.9% 인상했다. LNG 수입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해 1t당 723.3달러(2022년 5월)에서 1255달러(2022년 12월)까지 70% 가량 오른 것을 감안해도 현 정부 들어 인상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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