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공수사 경찰 전담 살펴볼 여지 있어”···국정원에 존치 추진 시사읽음

문광호 기자    이두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법무무.공정위.법제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 크게보기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법무무.공정위.법제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26일 오찬을 갖고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폐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정원 대공수사권 존치 추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오는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참석하겠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회동은 지난해 11월 관저에서 상견례를 겸한 만찬을 한 이후 두 달여만이다.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열리면서 윤 대통령의 여당 다잡기 차원으로 풀이됐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저희(당 지도부)가 건의했던 사항 중 하나가 대공수사권이 내년에 (경찰로) 이관되는 문제에 대해서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며 “대공 수사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고 이번 간첩단 사건에서 보듯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북한과 접촉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해외 수사가 같이 이뤄져야 되기 때문에 대공수사권 이양에 관한 여러 검토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모았다”고 밝혔다.

양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해외 수사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국내에 있는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하는 부분에 대해선 살펴볼 여지가 있다’는 정도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2020년 국정원법 개정으로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부터 폐지된다. 2024년 1월부터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전담하는데 여기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참석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대통령 발언은) 대공수사권은 해외 정보력도 있어야 하는데 경찰은 아직 거기(해외 정보력)에서 전반적으로 부족해서 정보나 수사 측면에서 좀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이었다”며 “간첩단이 해외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는데 무방비 상태로 놔둘 수 없으니까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오후 2시10분까지 약 1시간40분 동안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 초청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당에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김석기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스위스 순방에 대해 주로 얘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대변인은 “지난해 7월에 UAE 특사가 한국에 와서 대통령을 직접 만났는데 그때 투자에 관한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영국이 120억달러, 중국이 50억달러 투자를 UAE로부터 받아서 적으면 50억달러 많으면 150억달러를 투자받지 않겠냐고 기대하고 갔는데 정상회담에서 300억달러 투자하겠다고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양 대변인은 또 “구체적인 계획은 한국에서 알아서 해달라고 UAE 쪽에서 (이야기)했다고 한다”며 “용산 대통령실과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UAE 투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UAE 대통령이 ‘300억달러 투자는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크게 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양 대변인이 전했다.

양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UAE의 적은 이란”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한 배경에 대해서 잠깐 얘기가 있었지만 UAE 측 상황도 있기 때문에 여기서 공개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기존 입장 그대로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차원이었단 건가’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UAE에 아크부대가 있는데 이란 정부나 UAE 정부에 대해 한 말이 아니라 우리 부대원들을 격려하면서 한 말이었다고 했다”며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할 일은 아닌데 그렇게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때 대통령이 참석해주면 좋겠다”고 요청하자 윤 대통령이 “많은 당원들이 모이는 좋은 축제니까 꼭 참석해 인사하겠다”고 했다고 양 대변인은 전했다. 보수정당에서는 2008년 당시 대통령 이명박씨와 2014년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가 전당대회에 참석한 바 있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고 양 대변인은 전했다.

양 대변인은 난방비 폭등에 대해 “대통령도 충분히 걱정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에 대해 지원하는 것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갖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모처에서 일부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만찬을 함께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순방 후 여당과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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