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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한국사회 지금 정서적 내전 상태, 한 발 더 나가면 나치즘”읽음

김윤나영 기자

정계은퇴 후 청년정치인 만나며 공개 행보

“원로들과 함께 선거제 개편 강하게 압박”

김부겸 전 국무총리(왼쪽)가 28일 서울 마포구 ‘정치학교 반전’ 강의실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상대로 김성식 운영위원장(오른쪽)과 대담 형식으로 강연하고 있다. 정치학교 반전 제공 사진 크게보기

김부겸 전 국무총리(왼쪽)가 28일 서울 마포구 ‘정치학교 반전’ 강의실에서 청년 정치인들을 상대로 김성식 운영위원장(오른쪽)과 대담 형식으로 강연하고 있다. 정치학교 반전 제공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28일 청년 정치인들과 만나 “사회 원로들과 함께 선거제 개편을 강하게 압박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와 함께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강연 형식의 공식 행보를 가졌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청년 정치인 양성학교인 ‘정치학교 반전’에서 김성식 전 국회의원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한 강연에서 “승자독식 선거 제도가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 속에 있는 한국 사회와 안 맞는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총리는 ‘반전’ 멘토단이고, 김 전 의원은 운영위원장이다.

김 전 총리는 정계를 은퇴한 이유에 대해 “어느 한쪽에 발을 담그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고 상대편은 전부 죽이자’는 식의 정치는 못 하겠더라”고 회고했다. 현 정치 상황을 두고는 “서로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밥도 같이 안 먹고 결혼도 안 하겠다는 ‘정서적 내전 상태’가 돼 버렸다”며 “그 다음 단계로 ‘싹 다 쓸어 없앴으면 좋겠다’는 사회 심리 위에 등장했던 세력이 나치와 파시스트이고, 지금 우리는 그만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김 전 총리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청년 정치가 이렇게 귀중한 줄 알면서도 정치에 청년 몫을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고 사과했다. 김 전 총리는 대안으로 “고맙게도 국회의원 70명 정도가 현행 소선거구제 중심의 선거법을 바꾸자는 운동을 시작했고, 저도 사회 원로 입장에서 이건 해야 한다고 강하게 푸시(압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아직 선거(총선)가 남아 있을 때 각 정당이 이 문제에 대한 국민적 압박을 받아야 한다”며 “국민이 곳곳에서 ‘언제까지 이 난장판 정치를 가지고 뭘 할 것이냐’라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보고 늦은 건 납득 안 가”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 전 총리는 지난해 10월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가 늦은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연결된 데는 정부 대응 태세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과거 세월호 참사 경험으로 안전이 국민적 이슈였고, 그래서 국민안전처를 행정자치부와 묶어서 행정안전부를 만들었다”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국민 안전에 대한 거의 모든 사안이 실시간으로 행안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에 들어온다. (참사 발생) 10분 이내면 상황이 전파돼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조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지금 이 장관 처지라면 어떻게 처신했겠냐’는 질문에 “(저라면) 집에 갔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를 요청받고 “‘민주당만의 정부’가 아닌 ‘촛불 혁명 정부’여야 했다”며 “박근혜 정권 핵심을 제외하고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울러서 우리 사회의 합의 수준을 높여가는 집권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점에서 우리가 건방졌다”고 반성했다. 김 전 총리는 특히 “28차례 발표한 부동산 정책 결과 우리 사회에서 건널 수 없는 자산 양극화가 왔다”며 “부끄럽다. 그래서 심판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주축이 돼 만든 정책포럼 ‘사의재’ 고문으로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 정부 들어서 전 정부의 모든 정책이 다 잘못됐다고 할 뿐 아니라 (정책을 결정한) 당사자들을 전부 검찰이 소환하고 처분하려 하니 혼자(로는) 방어가 안 되더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사의재가 출범하기에) 적절한 시점인가에 다 동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우리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그렇다고 이 정부의 지나친 ‘문재인 정부만 빼고’(Anything but 문재인) 정책으로 이렇게 난도질당해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겨냥 “한솥밥 먹는 동지···민주당에 가혹”

김 전 총리는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는 “같이 한솥밥을 먹는 동지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없다”고 감쌌다. 그는 “권력을 쥔 사람들이 무슨 의도로 이렇게 (수사)하는지는 모르지만 지금 민주당이 여러 어려움을 겪기에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으로부터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민주당 개혁 방향에 대해 고민하기에 지금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 조금 더 지켜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여야 정치권에 “국민이 어떻게 믿겠나. 한쪽(보수)은 너무 욕심쟁이라서 싫고, 한쪽(진보)은 너무 대책이 없어 싫은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정치권 혁신 과제에 대해서는 “보수는 지금보다 덜 뻔뻔해져야 한다”며 “복지를 통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지 않고 사람들이 어떻게 견디나”라고 반문했다. 특히 대통령실이 내놓은 취약계층 에너지 바우처 지원액 인상 대책을 언급하면서 “(저소득층은) 2만~3만원 나오던 가스비가 12만~15만원 나오면 어떻게 견디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공동체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을 위해 진보가 양보할 선은 어디까지인가를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청년 정치인들에게 “(유력 정치인들에게) 줄서는 버릇하면 안 된다”며 “장신구 대접받고 운 좋은 한두 사람은 선택받겠지만 그게 얼마나 가겠나. 자기 브랜드를 가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총리는 지난해 5월13일 총리직 퇴임사에서 “30년 넘게 해 왔던 정치인과 공직자 여정도 마무리하고자 한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1977년 대학 시절 유신 반대 시위를 주도하다가 정계에 입문한 김 전 총리는 한나라당을 탈당한 소장파 ‘독수리 오형제’로 불리며 열린우리당 창당에 관여했다. 경기도 군포에서 3선을 지낸 뒤 2012년부터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대구 수성갑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했다. 2016년 총선에서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민주당 정치인 중 최초로 대구에서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안부 장관과 마지막 총리를 지냈다. 2020년 8·29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이낙연 전 대표와 맞붙었다가 패배했다.

이날 강연에는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권지웅 전 비대위원, 신정현 전 민주당 경기도의원, 문정은 정의당 광주시당위원장, 김혜미 마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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