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대전’이 정권교체로…‘내로남불’의 양극단 정치 심화

이혜리·김혜리 기자

‘검찰개혁’ 명분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에…검, 대대적 수사로 충돌

조 전 장관 일가의 ‘불공정’ 향한 비판,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귀착

양쪽으로 나뉜 싸움은 이재명 수사로 옮겨가…민생의제는 외면

그때는 몰랐네, 우리가 이렇게 될 줄 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식에 참석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때는 몰랐네, 우리가 이렇게 될 줄 2019년 7월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임명식에 참석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 3일 1심 법원의 징역 2년 선고가 나오기까지 4년여는 갈등과 분열의 시간이었다. 조 전 장관과 검찰의 지지세력이 극렬하게 충돌했고,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논란은 결국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귀착됐다.

이른바 ‘조국 대전’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8월9일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민정수석이던 조 전 장관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 과제로 검사의 수사지휘권 폐지, 1차 수사종결권 경찰 이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제시했다.

그런 차에 당시 야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조 전 장관의 입시비리·사모펀드 의혹이 제기됐다.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졌고, 이 사건들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2019년 8월27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 전 장관 딸이 다니던 대학교 등 20여곳에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는 절차가 생략된 ‘전광석화’ 조치였다.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의혹을 수사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특수2부장은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였다.

조 전 장관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간판 역할을 하며 강력한 팬덤을 구축했던 터라 지지자들은 검찰 수사에 크게 반발했다. 검찰 수사는 검찰개혁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 청사가 있는 서울 서초동에서 ‘조국 수호’ 집회를 열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은 20~40대 세대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다. 단순한 위법 논란을 넘어 한국 사회의 공정과 청년세대의 불평등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더구나 조 전 장관은 ‘정치적 올바름’의 아이콘으로 비친 대표적 ‘진보 엘리트’였다. 그런 그가, 그것도 다수 시민의 역린 중 하나인 입시 문제에서 반공정 의혹의 중심에 서자 진보 엘리트의 위선과 도덕적 해이, 특권층의 사회적 자본 세습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는 ‘86세대’(1980년대 대학 입학·1960년대 출생) 비판론으로 확장됐고, 진보진영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2019년 9월9일 조 전 장관을 임명했다. 검찰은 2019년 9월23일 조 전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의 집을 압수수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조 전 장관은 장관 취임 35일 만인 2019년 10월14일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하고 장관직에서 사퇴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019년 12월31일 입시비리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은 2020년 1월29일 감찰 무마 혐의로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조 전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극단적으로 대립했다. 당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수사,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 등 전방위 수사를 벌였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 발동과 검찰총장 직무정지, 징계 청구로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검찰 내부도 편이 갈려 검사들에게 ‘친윤’ ‘친문’ 딱지가 붙었다.

추·윤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던 2020년 6월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보수야권 대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권으로 직행했고, 결국 국민의힘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정권을 틀어쥐었다.

갈등과 분열, 대립의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 경제위기 속에서도 정치권의 관심은 민생 의제 대신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쏠려 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양극단으로 갈라져 싸움만 하면 살기 힘들다고 비명 지르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근본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훼손하게 된다”며 “경제뿐 아니라 안보, 고령화 대비, 혁신 등 어떤 의사결정도 합리적으로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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