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못다한 이가 뻔뻔하게 고개 쳐들고”···눈물과 분노 속 국회 이태원 참사 추모제

문광호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추모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우리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이들이 뻔뻔하게 고개를 쳐들고 큰 잘못이 없는 것처럼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민김종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 사제는 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이 같이 말했다. 여야 지도부 등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장내는 숙연해졌다. 몇몇 유족과 생존자들은 눈물을 훔쳤다.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이태원 참사 발생 100일째인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를 개최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롯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를 주관한 국회 생명안전포럼측은 “참사 이후 국가 기관에 의해 지내는 최초의 공적 추모”라고 설명했다.

추모제는 1부 기독교·불교·원불교·천주교 등 종교계 추모 의례, 여야 지도부 추모사에 이어 2부에서 참사 생존자·최초 신고자·유족 대표들의 발언과 4·16 합창단의 추모 공연, 의원 일동의 ‘우리의 다짐’ 낭독,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민김종훈 사제는 “희생자들이 이제는 더 이상 고통도, 눈물도, 슬픔도 없는 평화와 안식 가운데 쉬게 하소서”라고 기도했다.

여야는 추모사에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책임자 처벌을 두고는 입장차를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도, 정부도, 여당도 10월29일 이후로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수립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자리에 대통령께서 직접 오셔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며 “참으로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이정미 대표는 “무책임한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이 인선 실패를 통감하고 유족들 앞에서 제대로 사과해달라”고 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참사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대형 사회적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정 위원장의 발언 직후 “각성하라”, “반성하라” 등을 외쳤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헌화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국회 추모제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헌화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여야 의원들은 향후 국회의 활동 방향을 담은 ‘우리의 다짐’을 발표하기도 했다. 재난 예방 법률·정책 개선, 희생자 기억사업 추진, 피해자 지원 등을 약속했다. 지난 2일 언론에 유출됐던 초안과 비교하면 피해자 배상·보상 내용이 빠졌다. 윤 대통령의 사과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을 언급하지 말자는 국민의힘의 의견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족, 생존자 등은 독립 기구를 통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분향소 설치 등을 촉구했다. 112 최초 신고자이자 지역주민 박모씨는 “제 가슴 속 분노는 희생자들이 받지 못한 사과와 책임자들의 반성 없이 핑계만 대는 뻔뻔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눈물을 터뜨린 생존자 김초롱씨는 “(참사 후) 100일이지만 여전히 변한 게 없다”며 “진상을 규명하려는 세상의 의지가 재난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유일한 극복 열쇠”라고 말했다.

이종철 대표는 지난 4일 10·29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서울광장에 설치한 추모 분향소와 관련해 “그 천막은 저희가 철거하겠다. 국회와 정부와 서울시에서 국화꽃과 카네이션으로 단장된 합동분향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발언 과정 중 감정이 격해진 이 대표는 “내일 서울시에서 1시에 천막 분향소를 철거하러 올 경우 휘발유를 준비해놓고 그 자리에서 전부 아이들을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모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진표 의장이) 지금으로선 정부나 서울시를 설득해보자고 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서울시와 긴밀하게 소통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분향소는) 서울시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저희들도 알아보도록 하겠다”며 “(특별법, 진상조사기구 등은) 민주당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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