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오른’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 ‘취약점’ 보완하며 경쟁 본격화

조문희 기자
김기현(왼쪽)·안철수 등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사진 크게보기

김기현(왼쪽)·안철수 등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들이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이 5일 취약점 보완에 나섰다. 지지율 정체 위기인 김기현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과의 만남을 공개했고, 뒤늦게 참전한 천하람 후보는 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지지세 확보에 주력했다.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대다수 주자들은 당 취약 지역인 수도권 민심 행보에 나섰다. 3·8 전당대회 후보자 등록을 마무리하고 본격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안·김 ‘양강’ 후보와 조경태, 윤상현 등 당권 주자들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갑·을 당원협의회 필승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동작구갑 당협 당원 간담회에서 당원들과 만났다. 이들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이 의원들이 지역구 의석을 차지한 곳이다. 내년 총선 수도권 의석 확보가 당내 과제로 부상한 상황에서 당권 주자들이 서울 지역 험지 민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안·김 후보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의 향배로도 종일 갈등했다. 안 후보는 이날 대통령실 쪽에서 안 후보를 놓고 ‘윤심이 아니다’라는 부정 발언이 이어지자 “소모적인 윤심 논쟁”이라고 비판했다. 기자들과 만나서는 “대선 때 윤 대통령님과 함께 후보 단일화를 해서 정권 교체를 이뤘다”며 친윤석열 색채를 드러냈다. 김 후보는 동작갑 행사 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는) 윤심 호소인”이라고 공격했다.

김 후보의 후원회장 신평 변호사가 지난 3일 SNS에서 “안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어찌 될 것인가. 경우에 따라 윤 대통령은 정계 개편을 통한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계속됐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판단인 것 같다”고 진화했다.

반면 천 후보는 “최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나 멘토를 자처하는 신 변호사 같은 인물들이 윤 대통령을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며 신 변호사의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그는 “김 후보는 ‘대통령의 탈당 후 신당 창당’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가볍게 보지 말고, 즉각 신 변호사를 (후원회장에서) 해촉하라”고 요구했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SNS에서 “당원의 과반수 지지를 얻은 당 대표를 선출하게 되는데, 특정인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라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라며 “이런 현실에 많은 당원과 국민이 실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천 후보는 대구 앞산과 김광석거리를 찾아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대구 앞산은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를 앞두고 ‘보수 개혁’을 강조한 장소이며, 김광석거리는 이 전 대표가 지난해 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앞서 “당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사법부 판단마저 무시하려드는 상황에서 그 앞줄에 선 대구 의원이 있다면 준엄하게 꾸짖어 달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비판했던 곳이다.

천 후보는 이 전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최근 출마를 선언하며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비판과 당내 민주주의 확립 메시지를 낸 바 있다. 이 전 대표와 공명하는 입장으로, ‘보수 텃밭’에서 개혁 주장이라는 정면 돌파 승부수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몇달 전부터 당권 도전을 시사·선언해온 타 후보들 대비 출마 선언이 늦은 만큼 전통 지지층 확보에 우선 중점을 둔 것으로도 보인다. 천 후보는 기자들에게 “(이 전 대표와) 정치적인 동지”라며 “국민의힘이 현상 유지의 길로 가느냐 아니면 과거의 길 등으로 가느냐 했을 때 혁신과 미래의 길로 가야 한다는 점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전날인 4일 나 전 의원과의 만남 사실을 공개한 것도 주목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거듭 안 후보에게 지지율이 뒤지자, 나 전 의원 지지층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보수우파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동고동락했던 동지”로 자신과 나 전 의원의 관계를 소개하며 “나 전 의원과 함께 손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 나누면서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후보들은 김 후보의 나 전 의원 ‘끌어들이기’를 즉각 비판했다. 천 후보는 “김 후보는 학폭 가해자의 행태를 멈추라”며 “(나 전 의원을) 학폭 피해자로 만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학급 분위기를 위해 힘을 합치자는 거냐”고 김 후보를 겨냥했다. 김 후보가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당 친윤 의원들의 나 전 의원에 대한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상기시킨 발언이다. 안 후보는 “(나 전 의원과) 미리 약속을 했는지 그게 궁금했다”고 했다.

당권주자 간 예민한 설전은 이번주 예비경선(컷오프)을 배경으로 한다. 안 후보는 요 며칠 ‘윤심’ 여부를 놓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파상공세를 받아, 최근 지지율 1위 흐름을 이후에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 등의 공격 이후 지지율이 급하락한 바 있다. 천 후보는 ‘친윤’으로 대변되는 당 주류 바깥에서 본선 진출 등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컷오프를 통과하고 본선에 진출할 인원을 4명으로 확정했다. 본선 진출자는 오는 8~9일 책임당원 여론조사를 거쳐 10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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