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현희 위원장 “이렇게 무도하게 괴롭힐 줄 상상을 못했다”

박은경 기자

업무평가 C등급은 수긍하기 어려워

사퇴 압박의 일환이라고 보여

감사원법 개정으로 제동 걸어줄 필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렇게 무도하게 괴롭힐 줄 상상을 못했다”면서도 “권익위 업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임기를 지켰고 권익위가 독립성·중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이 국민에게 많이 알려진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이렇게 무도하게 괴롭힐 줄 상상을 못했다”면서도 “권익위 업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임기를 지켰고 권익위가 독립성·중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이 국민에게 많이 알려진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이준헌 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국무회의에서 배제됐고 감사원의 특별감사가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 7주간 이어졌다. 지난 7일 발표된 중앙행정기관 업무평가에서는 최하위인 C등급을 받았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7일 임기를 1년 4개월 앞두고 사퇴하면서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부위원장 3명이 모두 떠났다.

전방위적 압박 속에서 자리를 지켜온 전 위원장을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났다. 전 위원장은 치과의사 3년, 변호사 10년, 18대·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런 그에게도 최근 1년 가까운 시간은 힘든 가시밭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렇게 무도하게 괴롭힐 줄 상상을 못했다”면서 “권익위 업무 독립성을 위해 임기를 지켰다. 권익위가 독립성·중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사실이 국민에게 많이 알려진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오는 6월 말 임기를 마칠 때까지 “보다 효율적인 민원 해결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끝까지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부위원장이 모두 교체되면서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부위원장들과의 소통 우려가 나온다.

“김기표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은 지난 1월 임기를 무사히 마치고 퇴임했지만 고충·민원 담당 이정희 부위원장은 지난해 8월 감사원 감사 도중 압박감과 여러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사퇴했다. 안 부위원장까지 사의를 표한 것은 여러 가지 간접적 사퇴 압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추측한다. 권익위 부위원장에게 주어지는 고유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간의 소통, 대화, 신뢰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저는 그런 (소통을 잘해야 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고 또 노력하려고 한다.”

- 지난해 업무평가는 B등급이었지만 올해는 최하등급을 받았다.

“C등급을 받은 기관은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이 있는 권익위와 방송통신위원회 또 폐지 공약을 한 여성가족부 세 기관이다. 뭔가 의도가 있는 평가로 볼 수밖에 없다. 국무조정실은 권익위의 C등급 사유와 개선점을 밝힌 문서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후 전담 인력 미확보 문제를 지적했다. 권익위는 20여 차례나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전담 인력 확보를 요청했다. 이를 거부한 것은 행안부다. 결국 권익위 내부 인력을 각출해 5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릴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느 부서로 가야 하는 C등급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 행안부에선 “기존 조직과 인력 활용이 가능”해서 불인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국무조정실 평가가 그렇게 나오면 안되지 않은가. 결국 정부 내부에서 엇박자가 난 것이다.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평가 결과이고 사퇴 압박의 일환이라고 보인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준헌 기자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감사원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준헌 기자

- 민주당에서 추진 중인 감사원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에서는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이라고 주장한다.

“감사원법 개정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문제다. 직접 감사원 감사를 받아보니 상당히 많은 법적 문제를 실감했다. 일단 모든 수사는 피조사인의 인권 보장, 법적 절차 준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예를 들면 포렌식 수사도 수사기관은 법원 영장을 받아 특정 범위 내에서만 할 수가 있지만 감사원 감사는 영장없이 통째로 모든 내용을 볼 수가 있다. 그렇게 확보한 내용을 수사기관에 증거자료로 제출하면 수사기관은 영장 절차 없이 광범위한 증거를 확보를 할 수 있는데 현 정권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사건 등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문제라 분명히 제동을 걸어줄 필요가 있다. 감사원은 합의제 기관으로 감사 개시 등 주요 사안들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돼있다. 그런데 유병호 사무총장은 TV에서 기자회견을 보다 ‘서해 피격’ 감사 착수를 결심했다고 한다. 감사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법은 완전히 형해화됐다. 감사원법은 어겼을 때 처벌이나 징계 규정이 전혀 없다. 견제 수단이 없는데 정확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정권이 무섭다고 중간에 떠나는 것은 도망
빅데이터 분석 통한 제도 개선에서 성과
남은 임기동안 더 효율적 시스템 등에 최선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 사퇴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사퇴 압박으로 고생하고 있지만 사퇴를 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권익위는 정권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에 봉사하는 독립·중립적 기관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기관장의 임기를 보장했다. 그 책임의 중심에 있는 제가 정권이 무섭다고 중간에 떠나는 것은 도망이자 비겁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무도하게 괴롭힐 줄은 전혀 상상을 못했다. 초기에는 ‘법과 원칙을 지키면 누가 뭐라 하겠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권익위 독립성을 위해 임기를 지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정권이 사퇴 압박을 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권익위가 독립·중립성이 중요한 기관이라는 것이 국민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아 어려운 길을 걸어왔지만 보람을 느낀다. 초반 2년은 보람과 행복함이 많았는데 최근 1년 가까이는 가시밭길을 걸었지만 힘들면 철이 든다고 하지 않나. 개인적으로 성숙해지고 혜안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긴 했다. (살이 빠져서) 바지가 헐렁헐렁해졌다. 건강이 좀 나빠져 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 최재해 감사원장의 관사 개보수 비용 관련해 신고가 들어온다면.

“가정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권익위 구성원들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조사는 하되 감사원처럼 무도하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직원들이 관련 법령 위반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는 건 굉장히 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 권익위원장으로서 가장 큰 정책적 성과는.

“권익위 빅데이터 분석과 이를 통한 제도 개선 업무이다. 빅데이터 분석에 예산과 인력을 더 투입해 국민신문고로 들어오는 국민의 어려움을 인공지능(AI)이나 슈퍼컴퓨터로 분석해 고충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때 사전 징후가 없었는지 국민신문고 데이터 분석을 지시했는데 사고 나기 며칠 전부터 신문고에 돌이 떨어진다거나 금이 갔다는 민원이 있었다. 신문고에 접수가 되면 AI시스템에 의해 관할구청에 통보하게 된다. 빅데이터 분석과 통보를 통한 안전 예보 및 방지, 사후 분석을 통한 법령이나 제도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제 초석을 놨다고 생각하고 후임 위원장이 법과 제도와 예산 인력까지 확보해줬으면 하는 희망이다.”

- 남은 임기 동안 계획이 있다면.

“지금 국민이 너무 어렵지 않나.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정부가 힘이 되어 줘야 되는데 그런 업무를 할 수 있는 기관이 권익위라고 생각한다. 남은 기간 동안 민원을 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에 좀 더 역량을 쏟고 싶다. 집단민원조정법, 디지털국민신문고법 등이 국회에 계류가 되어 있다. 4개월 동안 통과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역량을 최대한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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