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선관위 인력·권한 축소…“민주주의 퇴행”

정원식 기자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멕시코 의회가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의 인력과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거 공정성을 해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엘우니베르살 현지 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멕시코 상원은 이날 찬성 72표, 반대 50표로 선관위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선관위 예산과 인력을 줄이고 선거비 규정을 위반한 후보를 제재할 권한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로렌소 코르도바 선관위원장은 로이터통신에 “선거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민주주의의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이 대통령 서명을 거쳐 발효될 경우 각 지역 선거구에서 투표소를 설치하고 운영해온 인력 수천명이 일자리를 잃고 선거 감시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비대한 조직을 경량화함으로써 연간 1억5000만달러(약 1944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고 선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헤수스 라미레스 쿠에바스 대통령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우리는 선관위의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면서 “(그렇게 절약된 돈은) 보건, 교육, 기반시설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해명에도 야당과 시민단체가 선관위 개혁의 의도에 의심을 품는 까닭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첫 대선 도전이었던 2006년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지속적으로 선관위를 비판해왔기 때문이다. 2006년 대선 당시 그는 선관위에 재검표를 요구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지자들과 함께 선거 불복 시위를 전개해 수도인 멕시코시티를 몇 주 동안 마비시킨 바 있다.

2021년 선관위가 사소한 선거법 위반을 이유로 여당인 모레나(국가재건운동) 소속 후보 2명의 출마 자격을 박탈하자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선관위를 두고 “썩었다” “비민주적이다”라고 비난했다. 또 코르도바 위원장을 향해 “원칙 없는 사기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선관위를 새로운 기구로 대체하는 방안을 포함한 선거제 개편안을 발의했으나 개헌에 필요한 의석(하원 재적 3분의 2)을 확보하지 못해 좌절된 바 있다.

멕시코는 내년에 대통령과 30개주 주지사를 뽑는 총선거가 예정돼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대법원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고 오는 26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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