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처뿐인 체포동의안 부결 ‘리더십 치명타’

탁지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본인의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신상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대장동·위례 신도시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7일 가까스로 부결됐다.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지만 찬성표가 출석 의원의 과반을 넘지 않아 부결됐다. 압도적 부결을 자신한 민주당 지도부와 달리 대량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이 대표는 리더십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출석 의원 297명 중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체포동의안은 부결됐다. 체포동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 본회의에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149표)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찬성이 반대보다 1표 많았지만 과반 기준에 10표 모자라 부결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표결에 앞서 이 대표 구속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대장동 사건, 위례 사건, 성남FC 사건은 죄질과 범행의 규모 면에서 단 한 건만으로도 구속이 될 만한 중대 범죄들”이라며 “법률에 정한 구속 사유인 ‘도망의 염려’란 화이트칼라 범죄에서는 곧 중형 선고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법원의 심사를 받게 해달라는 요청”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신상 발언을 통해 “영장 혐의 내용이 억지스럽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건에 대해 “적극 행정을 통해 5503억원을 벌었음에도 더 많이 벌었어야 한다며 배임죄라고 주장한다”며 “개발이익 환수가 아예 0%인 부산 엘시티, 양평 공흥지구, 일반적인 민간개발 허가는 대체 무슨 죄가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해선 “성남FC는 시 예산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체 수입이 늘면 세금 지원이 줄어 성남시가 혜택 볼 뿐, 누구도 사익을 취할 수 없고 실제 사익을 취한 바도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50억 클럽은 면죄부를 주고 도이치모터스는 수사하지도 않는 검찰이 이재명은 반드시 잡겠다고 검사 60여명을 투입해 근 1년간 그야말로 탈탈 털고 있다”면서 “법치의 탈을 쓴 정권의 퇴행에 대해 여러분께서 엄중한 경고를 보내달라”고 부결을 호소했다.

민주당은 압도적 부결이 성사되지 않자 당혹감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본회의장에 앉아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이 대표는 이번 구속영장에 대해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지 않게 됐다.

이 대표는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영장청구가 매우 부당하다는 것을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확인해주셨다”며 “윤석열 정권이 정적 제거, 야당탄압, 전 정권 지우기에 들이는 에너지를 민생 살리고 경제 살리는 데도 좀 더 써주시기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내와 좀 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의 검사 독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이탈표 관련 취재진 질문에 함구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민주당은 법치를 가장한 윤석열 정권의 사법사냥과 야당 탄압에 결연히 맞서 이겨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록 체포동의안이 부결됐지만 이 대표에 대한 사실상의 불신이자 사실상의 가결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류호정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며 “이 대표를 둘러싼 의혹의 실체적 규명은 이제 사법부에 맡기고, 국회는 소모적 사법 전쟁에서 벗어나야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의 구속영장 심문 절차가 아예 진행될 수도 없게 된 점에 대하여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검찰은 사안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본건에 대한 보강수사와 함께 현안에 대한 수사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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