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8일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학교폭력 관련 인사 검증 실패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책임론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이 탐문조사를 못하게 한 것이 문제”라고 주장했고, 친윤계 의원들은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과 마찬가지로 ‘권한은 나의 것, 책임은 남의 것’이라는 태도가 이번 정부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KBS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정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관련 검증 실패에 대해 ‘민주당에서 한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자 “예전처럼 신원 조회에 가까운 탐문 조사를 해야 하는데 탐문 조사는 민주당 측에서 사찰이라고 못 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를 추진하며 “대통령비서실은 정책을 주로 해야지 사람에 대한 (비위) 정보, 뒤를 캐는 건 안 해야 한다”고 하자 민주당이 “대통령실이 아닌 법무부에서는 검증을 가장한 사찰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경악스럽다”고 비판한 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정밀한 검증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민주당때문이란 논리다.
한 장관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정 변호사에 대한 1차 검증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한 장관은 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아들 학폭 사건 소송이 진행될 당시 서울중앙지검에서 같이 근무했다. 주 원내대표는 “중앙지검은 전국에서 가장 크고 검사만 수백 명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잘 안 알려질 수도 있다”고 한 장관을 두둔했다. “같이 근무했던 분들의 기억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검증이라는 것이 시스템적으로 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여당으로서도 인사 검증 실패를 부인하기 힘든 상황에서 책임론은 ‘꼬리 자르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정권이 출범한 지) 여러 달이 지났는데 국수본부장이라는 엄청나게 중요한 자리를 부실하게 검증했다는 것은 기능에 중대한 구멍이 있다는 것”이라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앞선 발언에 대해 “검증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어디서 못 걸렀는지 철저히 따져야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 장관이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만큼 결국 한 장관 등 ‘윗선’ 문책이 아니라 실무자 책임을 따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와 친윤석열계 의원들도 한 장관 책임론을 경계했다. 검사 출신인 유상범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검증 과정에서 우리가 파악하지 못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또 “(정 변호사의) 아들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되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일단 인사추천자(윤희근 경찰청장)가 사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무부도 본인들의 권한 내에서 검증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 기회에 수정, 보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권한을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라인 책임론에 대해 “(학교폭력) 문제가 제기돼서 바로 사퇴 절차가 이뤄져 매듭지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비윤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며 “국정운영 시스템 기본에 따르면 책임자는 한 장관”이라며 “경찰청의 추천은 정해진 프로세스일 뿐이고 실질적인 검증 책임은 권한이 있는 쪽이어야 하는데 (경찰청으로) 떠넘기기 하며 말장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책임론도 마찬가지지만 이번 정부는 책임에 대해 ‘권한은 나의 것, 책임은 남의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오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임명 과정에 대해, 검증 실패에 대해 이 정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 무책임과 뻔뻔함은 스스로를 특권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또 “(학폭이 보도된) 당시 윤석열 지검장, 한동훈 3차장, 정순신 인권감독관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차적 객관적 검증이 인사정보관리단에 있고, 그 상관인 내가 책임감을 갖는 것은 맞다”며 “국민께서 우려를 많이 하니 당연히 정무적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따져보고 책임질 일이 있다면 지겠나”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구조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지금 같은 시스템이면 이런 일이 반복될 것 같다”고 시스템에 책임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