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무더기 이탈표 여파가 28일 민주당을 집어삼켰다.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혹해하던 전날과 달리 공세 모드를 취했다. 30여명의 이탈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이 대표의 책임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들에게 들리지 않았다. 친명계는 오히려 ‘당권 싸움’ ‘공천 걱정’ 등 노골적인 단어를 쓰며 다른 목소리를 낸 의원들에 대해 격분을 토했다. 강성 당원들은 이탈표 색출에 나서며 낙선 운동에 돌입했다.
친명계 의원들은 30여명이 찬성·기권·무효로 던진 이탈표에 격앙된 분위기를 보였다. 의원총회에서 별다른 반발 없이 부결에 총의를 모아놓고 조직적으로 이탈표를 던진 데 대해 부글부글한 분위기다.
김영진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 나와 “비올 때 우산을 빼앗거나 더운 날 행군할 때 물통을 빼앗지는 않는데 정치가 참 비정하다”고 말했다. 박성준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의원총회에서는 그런 의견이 없다가 표로서 딱 나왔다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 공천을 걱정한 의원들이 당권 싸움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친명계 주장이다. 김남국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실상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당대표를 실력 행사를 통해서 끌어내리겠다는 선언”이라며 “체포동의안 처리를 무기로 해서 ‘공천권 보장’을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강욱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차기 공천을 생각해서 ‘현 지도부로는 내가 계속 정치를 하는 것이 위험하겠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이번에 나선 거라면 당의 분열을 유도하거나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 볼 때는 박수를 칠 일이 될 텐데 그 정도까지는 아닐 거라 믿고 싶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통화에서 “밖에서는 부결해야 한다면서 당권을 잡으려고 대표 뒤통수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했던 ‘후단협’(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사태를 언급하며 “그 때 울분 토했던 분들이 많으면서 똑같은 짓을 하나”라고 성토했다. 한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당내 역학구도를 보기 딱 좋은 기회가 됐다”며 “어찌됐든 이 대표를 지켜야 된다는 쪽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향후 다른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표결이 재차 이뤄질 경우 당론으로 부결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범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비 오는 날 먼지 털이와 같은 (영장) 재청구 사태가 예견되는데, 다시 한번 당론을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표결에 불참해 정족수 미달로 투표 자체가 성사될 수 없게 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가 현존하는 이 대표 체제에서 총선을 치를 수 있냐는 당내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내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며 “더 많이 소통해 스윙보터에게 총선 승리에 대한 확신을 심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 당원들은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과 ‘재명이네 마을’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각 지역별 총선 낙선 대상 의원 명단을 뿌렸다. 지역 국회의원에 ‘부결표를 찍었냐’는 확인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당원 청원 시스템에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2차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질 경우 표결 거부를 당론으로 채택하라고도 했다. 한 당원은 ‘수박(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으로 의심되는 민주당 의원과의 문자 대화를 소개했다. 이 당원은 “이번에 수박 인증 제대로 했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해당 의원은 “나는 부표를 던졌으니 함부로 이야기하면 가만 안 있을 겁니다”라고 답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SNS에 글을 올려 “누군가를 배신자라 칭하고, 추측성 명단을 유포하고, 문자폭탄으로 비난하는 것은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서는 피해야 할 일”이라며 “보다 냉철한 이성으로 차분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총의를 모으는데 함께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