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앞세워 차별성 드러낸 국민의힘 대구 연설회읽음

조문희 기자    정대연 기자

김기현 “산업화 주역 박정희 배출한 곳”

천하람 “박정희 문패만 걸린 퇴락한 고택”

안철수, 대구 코로나19 의료봉사 경험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부터)·황교안·천하람·안철수 당 대표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28일 보수 핵심 지역인 대구에서 각양각색 ‘박정희 정신’ 해석을 내놨다. 영남에 뿌리를 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앞세워 구애하면서도 저마다 특색을 드러냈다. 대구·경북(TK) 당심에 호소하는 언어도 ‘정통 보수’부터 ‘미래지향적 개혁’까지 차별성을 나타냈다. 김기현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과의 연대를 내세웠고, 다른 주자들은 김 후보의 ‘울산 땅투기 의혹’을 잇달아 공격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대한민국을 세계 선진국으로 만든 산업화의 주역, 위대한 박정희 대통령을 배출한 곳”이라며 대구·경북을 추켜세웠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당원 가운데 21.03%를 차지해 수도권(37.79%) 다음으로 많다. 이날 연설회는 오는 3일 수도권 연설회를 제외하면 마지막 지역 순회 연설회였다. 당원 5000여명이 모였다.

김 후보는 “성실한 서민들의 힘으로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뤄낸 박 대통령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날 대한민국도 없었을 것”이라며 “보수를 살리는 대구·경북의 정기를 더 크게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개항, 경북 반도체 산업 및 바이오 산업 육성 등 지역 현안 해결을 약속했다.

천하람 후보도 ‘박정희’를 앞세웠지만 맥락은 사뭇 달랐다. 천 후보는 “지금 대구·경북은 박정희 문패만 걸린 퇴락한 고택”이라며 “박정희 이름에 집착하지 말고, 왜 사람들이 박 대통령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고찰하라”고 말했다. 영남 산업 발전이 쇠락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박 전 대통령 이름만 되뇌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천 후보는 “지금 구미의 LG디스플레이 P5 공장이 폐쇄됐고, 삼성전자가 구미 수출의 견인차에서 베트남 수출의 견인차가 된 지는 이미 오래”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구미가 다시 한번 산업의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대구·경북을 “국민의힘의 뿌리이자 보수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제 뿌리는 경북 영주”라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본관은 영주 순흥 안씨이다. 안 후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대구에서 의료봉사한 경험을 강조하며 “저와 기저질환이 있던 아내는 대구로 와서 목숨을 걸고 20일간 의료봉사에 임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당대표 후보는) 어떻게 더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 정당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대통령의 3대 개혁과 국정운영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개혁성을 내세웠다.

황교안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 밤잠 설쳐가며 뼈저리게 느낀 그 고통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며 “이승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정신을 계승해서 보수 가치가 분명한, 정통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부동산 의혹에 대한 공세도 계속됐다. 안 후보는 “우리가 내년 총선 전날까지 도덕적인 문제로 공격당한다면 내년 총선은 실패한다”고 말했다. 황 후보도 “김 후보가 우리 당대표가 되는 순간 민주당이 쾌재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설회에는 나 전 의원이 참석했다. 김 후보에 대한 지지 성격이다. 나 전 의원은 “이제라도 우리 당이 나아갈 방향을 바로잡고 달려가길 바란다”며 김 후보와 함께 촬영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나 전 의원은 “만약 울산땅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당시 황운하 울산경찰청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냥 넘어갔겠느냐”며 김 후보를 옹호했다.

천 후보는 연설에서 “저 자리에 앉아계신 나 전 의원을 쫓아내고 권력에 줄 서는 연판장에 서명한”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 이름을 한 명씩 부른 뒤 “대구·경북에 일자리가 돌아오고 젊은 세대가 다시 한번 희망을 가지는 더 강력한 리쇼어링(생산시설 복귀) 법안을 대통령에 촉구하는 연판장을 쓰자”고 했다.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아놓고 이제는 ‘김·나 연대’(김기현·나경원 연대)를 내세우는 이중성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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