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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들 속한 단톡방에 ‘김기현 홍보·안철수 비방’ 메시지읽음

조문희 기자    유설희 기자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안철수 당 대표 후보 비방 메시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안철수 당 대표 후보 비방 메시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복수의 수십명 규모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고 안철수 후보를 비방하는 홍보물이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올라온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이 채팅방에는 국민의힘 당원도 대거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지지글 등을 올린 사람들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가 직접 채팅방으로 초대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전당대회 진행 과정에서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후보인 김 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원해 당무 개입 논란을 빚어왔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은 올해 초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를 가진 뒤 이들이 포함된 채팅방에 참여했다. 채팅방에 초대된 것으로 확인된 대통령실 관계자는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선임행정관 A씨와 행정관 B·C씨 등이다. C씨는 이후 정체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D·E씨 등을 채팅방에 초대했다.

D·E씨는 채팅방에 들어온 직후부터 “작전세력, 이번엔 안철수한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한텐 시장·대통령 자리 뭐든 다 양보하면서 국힘(국민의힘)한텐 악착같이 이자까지 받아내는 안철수” 등의 내용이 담긴 카드뉴스를 채팅방에 올렸다. 윤 대통령 부정 평가층에서 안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하고, 긍정 평가층에선 김 후보가 앞선다는 내용도 게시했다.

이들은 “김기현은 민주당을 상대할 수 있는 전투사” “국민의힘 성공 밑거름 헌신의 리더십 김기현” 등 김 후보 지지성 홍보물도 수시로 올렸다. 당대표 선거 투표 일정 안내물과 함께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이미지를 올리기도 했다.

이들을 초대한 C씨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이 같은 행위를 제지하거나 채팅방을 나가지 않은 채 국정홍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채팅방 참가자 중 일부가 ‘당원과 국민이 불쾌한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게시물이 올라오는 데 불편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 메시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 메시지.

유사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은 또 있다. 국민의힘 소속 소영철 서울시의원은 30여명이 참여한 채팅방을 지난해 개설했다. 같은해 10월 대통령실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마포 지역 국민의힘 당원이 주로 채팅방에 초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 시의원은 채팅방 개설 직후 “사진 등 좋은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공지했다. 소 의원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속으로 서울 마포갑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과 가까운 인물이다. 소 시의원은 지난해 말 국민의힘 마포갑 조직위원장에 지원했는데, 현재 당적을 가질 수 없는 강 수석 대신 소 의원이 지원했다는 얘기가 정가에 돌았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A·B·C씨와 앞선 채팅방에서 김 후보 홍보물 등을 올린 D·E씨도 이 방에 초대됐다. 소 의원이 D씨를, 행정관 C씨가 E씨를 각각 이 방에 불렀다. D씨와 E씨는 여기에서도 김 후보 홍보성 내용과 안 후보 비방성 내용이 담긴 이미지 등을 올렸다.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역시 이를 제지하거나 채팅방을 나가지 않았다.

한 채팅방 참가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대통령실에 간담회를 하러 간 것”이라며 “채팅방에서 처음엔 국정운영 사안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는데, 언젠가부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 채팅방에는) 국민의힘 당원도 섞여있다”며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뉴스도 나왔는데, 말과 행동이 다른 상황 아닌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 메시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올라온 김기현 당 대표 후보 홍보 메시지.

행정관 B씨는 기자가 D·E씨와의 관계를 묻자 “(그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B씨는 “시민사회수석실은 많은 단체들과 소통한다”며 “(채팅)방에 초대를 해주셨는데 탈퇴하겠다고 말하기도 그래서 (남아 있던 것)”라고 했다. 소 시의원은 통화에서 “수없이 많은 채팅방에 들어가 있는데 어떻게 다 볼 수 있나”라며 특정 후보 지지·비방 글이 올라온 사실은 “모른다”고 말했다. 소 시의원은 대통령실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을 의식한 듯 “그런 점들 때문에도 (강 수석과) 거리를 두려했다”고 말했다.

선임행정관 A씨는 문제가 거론된 채팅방과 대통령실과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 “전당대회와 관련해 (누군가) 의견을 올렸고, ‘(그런 의견은) 올리지 말라’는 글이 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채팅방에 초대한 사람이 특정 후보 지지·비방 글을 올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경향신문 보도가 나간 뒤 안 후보 측 김영우 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당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훼손할 뿐 아니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심각하게 거스르는 일”이라며 “이번 전당대회가 정말 순수한 정당행사인가, 아니면 처음부터 김 후보를 당대표 만들기 위해 대통령실과 특정 세력이 벌이는 은밀한 협잡인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공무원인 대통령실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김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운동에 가담했다면 법치와 헌법을 정면으로 어기는 범법 행위”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보도 내용에 대한 사실 관계 확인, 책임자에 대한 조치 및 수사 의뢰를 촉구하면서 “이것이 공정과 상식, 법치를 주장하는 윤석열 정부다운 조치”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실을 방문한 분들이 포토존에서 찍은 사진을 전달하기 위해 단톡방을 개설했고, 그 뒤 단톡방을 나가면 예의가 없어 보일 수 있어서 나가지 않은 것”이라며 “그 분들이 단톡방에서 자발적으로 올린 게시물이라 대통령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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