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들 꺼져”···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풍선’ 터트린 당원들

탁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수박깨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수박 깨기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첫 공판에 출석한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수박 조각 모양 풍선 100여개가 쌓였다. 일부 강성 당원들이 주최하는 ‘수박 깨기’ 집회가 열렸다. 수박은 겉과 속이 다른 정치인을 이르는 말로, 민주당 강성 당원들이 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지칭할 때 쓴다.

참석자 10여명은 수박 풍선을 발로 밟아 터트리며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기권·무효로 이탈표를 던진 의원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사회자는 “민주당 의원들이 어떻게 당대표를 배신하고 당원을 배신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결표에 참여할 수 있나. 반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무대에 올라 “이번주 내내 실망 많이 했다. 공천 때문인가. 아니면 자기네들이 미는 사람들을 당대표로 만들기 위해서인가”라고 했다.

이들은 발언이 끝날 때마다 수박 풍선을 발로 밟아 터트렸다. 참석자 한 명이 “수박들 꺼져”라고 외치며 실제 수박 한 통을 주먹으로 깨기도 했다. 주최 측은 폭력적 집회가 아니라 평화 집회라고 계속 강조했다.

당사 앞에는 이 대표 지지자들이 보낸 화환 10여개가 늘어섰다. 화환에는 ‘당원들이 우습냐? 우리가 뽑은 대표 우리가 지킨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재명 힘내라’ ‘담벼락에다 욕이라도 하자. 행동하는 민주시민이 되자’ 등 문구가 적혔다. 화환 옆에는 ‘이재명으로 뭉쳐야 민주당이 승리한다. 77.77%가 (뽑은) 당대표를 무시하지 마라’는 커다란 팻말도 놓였다.

당원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이낙연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은 이날 지도부 답변 요건인 5만명을 돌파했다.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 출당 요구 청원 다음으로 동의자 수가 많았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에는 여전히 이탈표를 찍은 의원들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민주당 지도부는 강성 당원들의 도 넘은 행위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입당 비율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2월27일 오후부터 3월1일 오후 3시까지 약 3일간 1일 평균 4700명이 입당했다. 총 합계는 1만4000명이 넘었다”며 “민주당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서 윤석열 정권에 대해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가입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원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문자 폭탄에 시달리는 비명계 의원들은 당원들의 행위가 민주정당의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서 괴롭힘을 주고 집단적인 린치, 괴롭힘을 주게 되면 도를 넘어서는 것이고 당원으로서의 권한도 오·남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전 대표 영구 제명 청원이 “황당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당대표의 신상 문제로 갈등하는 상황을 왜 저 멀리 미국에 있는 전 대표 탓으로 돌리나”라며 “상대에 대한 악마화는 포퓰리즘의 제1원칙이다. 뜬금없는 악마화는 당을 왜소하게 만들고 분열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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