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6일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 ‘조건부 동의’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함에 따라 국토부는 조건부 요구사항을 이행하는 동시에 기본계획고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토부가 환경부의 반려사유에 맞춰 해당 조건부 사항 일부를 보완제출했기 때문에 일부 보완절차만 밟으면 이르면 올해 안에 기본계획 고시가 이뤄질 수도 있다.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로 제시한 추가제출 자료는 이미 국토부가 보완·제출했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사실상 기존에 제출한 내용의 일부만 추가하면 제2공항 건설을 위한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앞서 국토부는 조류충돌에 따른 항공기 안전성 문제 해결책으로 공항 예정지와 적정거리를 둔 지역에 대체서식지 조성방안을 환경부에 제출했다. 숨골조사의 부실논란과 관련해서는 조사결과 공항예정지와 타 지역 간 숨골 빈도에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제출했다. 숨골이란 물이 주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빠르게 지하로 유입되는 지질구조의 입구를 말한다. 환경부는 또 항공소음영향 및 대책, 법정보호생물 보호 방안들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국토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보완용역 결과 등을 제주도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불통’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서도 환경부는 행정계획 확정 및 이후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지역주민 및 제주도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사실상 원만한 제2공항 건설추진을 위한 의견제시인 셈이다.
앞서 정부는 제주 제2공항 설계비 명목으로 173억원의 예산을 반영하는 등 환경부가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다만 찬반의견이 팽배한 사안인 만큼 단순히 ‘동의’의견을 전달하기에는 부담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동의에는 조건부동의도 포함된다.
제주 제2공항 설치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오랜 ‘염원’이었다. 원 장관은 제주도지사로 재직하던 지난 2016년 12월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담화문을 발표하며 공항건설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공항건설 예정지였던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을 포함해 제주도 내에는 반대의견이 우세했다. 공항설치에 따른 환경훼손 문제와 공항주변지역 주민들에 대한 보상대책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원 도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지난 2021년 2월 여론조사기관에 설문을 의뢰해 제주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각각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공평성을 위해 여론조사는 2개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진행했다.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항건설 반대 여론이 우세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가 51.1%로 찬성(43.8%) 보다 높게 나왔다. 한국갤럽조사에서도 반대가 47.0%로, 찬성(44.1%)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성산읍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이 높았다.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갤럽조사에서 찬성의견이 각각 65.6%, 64.9%로 반대(33%·31.4%) 의견보다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불과 5년 사이 공항건설 예정지인 서귀포 주민들은 공항건설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반면 공항 예정지에서 먼 지역 제주도민들은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신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때문에 해당 조사결과를 놓고 제주도 내에서는 ‘제주도가 제2공항 때문에 반으로 갈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원 지사는 해당 설문조사 실시 6개월 후인 그해 8월 국민의힘 대선후보경선 출마를 위해 도지사를 사퇴했다. 갈등만 부추긴 채 제주도지사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당시 원 도지사는 대선경선후보 출마선언문에서도 제2공항과 관련한 언급을 했다. 그는 “제2공항을 비롯해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다”면서 “제2공항은 정권교체를 통해 반드시 추진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때문에 원 도지사가 지난해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 제주도 안팎에서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재추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사실상 원 장관이 도지사 사퇴 당시 약속한 ‘정권교체를 통한 제2공항 건설’이 실현된 셈이다.
다만 제주도와 제주도민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향후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 및 각종 인·허가권은 법상 제주도에 있다. 제주도는 이번 발표에 앞서 환경부에 “제주 제2공항은 집단민원이 발생된 사업이기 때문에 ‘중점평가사업대상’으로 관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이를 거부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제주시민단체연대회의 간담회에서 “국토부가 기본계획고시를 한 이후부터는 제주도의 입장을 들어야 하는 절차가 있고, 이후 본안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면 제2공항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의 시간’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