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가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를 지지하는 취지의 홍보물을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에 전파해달라고 당원에게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경향신문이 확보한 녹취에 따르면,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A씨는 당원 B씨에게 올해 초 “전당대회도 별로 안 남고 그래서”라며 “김기현 대표 이런 방이 하나 있는데, 거기 콘텐츠 올라가 있으면 그런 것도 좀 봐주시고, 전파하실 (채팅)방 있으면 전파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채팅방) 초청을 좀 드려도 되겠나”라며 “방 이름은 ‘김이 이김’ ”이라고 설명했다. ‘김이 이김’은 ‘김기현이 이긴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1항은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 2항은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다. 의혹의 당사자인 김기현 후보는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단톡방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 자체가 금지돼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당대회는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 선거”라고도 했다. 공직선거법이 적용되지 않는 선거라면,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해도 괜찮다는 뜻인가. 판사 출신인 김 후보가 할 말인가.
안철수 후보는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향신문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법 제7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중대한 범법행위”라며 대통령실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천하람·황교안 후보도 각각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 전대 개입 의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경향신문 보도가) 주장하는 바가 맞다 해도 공직선거법상 위반 행위가 될 수는 없겠지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와 비슷하게,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자유·공정·상식의 가치에는 부합한다고 보나. 대통령실은 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