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강제징용 배상안 제시로 한·일관계, 한·미·일 3각 협력 속도 낼 듯읽음

박은경 기자

한·일,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 등

협력 강화 외교 시간표 예상

만만치 않은 국내 반발이 변수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핵심으로 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역사 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을 핵심으로 한 해법을 공식 발표한 6일 역사 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활동가들이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긴급 항의 행동을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한국 정부는 6일 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자 배상안을 내놓으면서 이번 발표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각 협력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당장 이달 중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상반기 내 한·미, 한·미·일 정상회담이 줄줄이 예상된다. 만만치 않은 국내 반발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의 해법이 실질적 외교 성과나 국익으로 연결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한·일은 강제징용 문제로 파생된 걸림돌부터 빠르게 해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의 징용 문제 해결책 발표 직후인 이날 오후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과 수출 규제 관련 협의를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보복 조치를 철회하고, 한국도 이에 맞춰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및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는 과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국은 수출 규제 관련 협의 진행 중에는 WTO 분쟁해결절차를 중단키로 했다.

대표적인 한·일 안보 협력 사례로 꼽힌 지소미아가 회복되면 이를 바탕으로 한 한·미·일 안보 협력도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가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로 대응하는 의지를 밝혀온 것과도 상통한다.

10년 이상 단절됐던 일본과의 정상 셔틀외교 복원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며 소통하는 셔틀외교는 2011년 12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교토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이후 한·일 정상의 만남은 주로 다자회의에서 이뤄졌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국 정부안 발표와 관련해 “이번 발표를 계기로 정치, 경제, 문화 등 분야에서 교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점도 셔틀외교 복원 기대를 높인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윤 석열 대통령이 이달 16∼17일 일본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한국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배상’ 해법 발표 이후 윤 대통령의 방일과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에 대해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양자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고가는 것이 중단된 게 지금 12년째 됐다”며 “이 문제를 양국 정부가 직시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앞으로 이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원하는 한·미·일 협력, 특히 안보분야 협력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정부의 해법 발표 직후 한·일관계의 “새롭고 획기적인 장을 열었다”면서 “한국, 일본, 미국의 3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 견제와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한·일 갈등으로 3각 공조가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본다. 한·일 과거사 핵심 문제가 해결되면 3각 공조 걸림돌이 제거된다는 점에서 미국의 국익과 부합한다.

한·일 과거사 문제를 매듭지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중 새로운 한·일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정상회담을 한 뒤 상반기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한·미·일 정상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으로 ‘외교 시간표’를 짤 가능성이 높다.

‘제2의 을사늑약’란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강한 국내 반대 여론을 고려할 때 강제징용 문제가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단락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기대하는 외교 일정과 성과 역시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봉영식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이사는 경향신문과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순신 사태 등 현 정부에 실망할 사건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해법은 대단히 큰 도박”이라면서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이 올 상반기 중 이뤄진다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권리를 국가가 일방적으로 훼손했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고 했다. 성과와 관련해서도 “박근혜·문재인 정부 등의 전례로 봤을 때 대다수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는 외교 정책은 장기적 효과가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 임기 중에만 유지되는) 4년짜리 조치로 기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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