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노동시간 제도 개편 두고 ‘오락가락’ 메시지···정책 조율 기능 작동하나?읽음

유설희 기자

윤 대통령, 국무회의서 “주 60시간 근무 무리”

전날 대통령실 설명과 다른 입장으로 혼선 가중

대통령·대통령실·관계부처 정책 조율 여부 의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재차 밝혔다.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이라고 선을 그은 다음날 국정 최고책임자가 다시 ‘주당 60시간’을 언급해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했다. 관련 부처 장관은 이를 두고 “내용을 파악하겠다”고 해 대통령과 대통령실, 부처간 메시지가 모두 엇갈렸다. 근로시간 개편을 두고 정책조율부터 메시지 관리 기능까지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가이드라인이 아니다”고 거듭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관해 다소 논란이 있다”며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해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의 후퇴라는 의견도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가 국민 의견을 청취해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해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MZ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 폭넓게 소통하겠다”며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충분히 숙의하고 민의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에 대한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이번이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지난 6일 입법예고한 근로시간 개편안을 놓고 각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노동부조차 윤 대통령 지시의 방점이 ‘원점 재검토’에 있는지, ‘홍보’에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는 등 혼선이 빚어졌다.

‘주당 최대 69시간’ 노동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주 최대 60시간’을 상한선으로 제시하며 진화에 나섰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예고된 정부안에서 적절한 상한 캡을 씌우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으로 여기고 보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대통령실은 지난 20일 다시 ‘주 60시간’이 윤 대통령의 “개인적 생각”이라고 또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그렇게 일하는 것 자체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말씀하신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주고자 한 의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견수렴을 해서 그게 60시간이 아니고 더이상 나올 수도 있다”며 캡을 씌울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 석상에서 다시 ‘주 60시간’을 직접 언급하면서 전날 대통령실 설명은 무색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날 대통령실 설명과 이날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같은 취지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회에서 법을 만드는 데 대통령의 지침이 어떻게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느냐”며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주 60시간’은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법 최종안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국회 심의·의결 과정을 들어 반박한 셈이다. 이 관계자는 “반드시 60시간을 (상한선으로) 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법으로 정해주지 않으면 권익 보장을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상한선) 캡을 씌워줘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취지”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발 메시지가 하루 단위로 바뀌면서 해당 부처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주 60시간’ 발언에 대해 “대통령께서 하신 말씀에 대해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주 60시간’ 관련 혼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정책 방향을 두고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는 ‘처음 발표한 것을 다시 검토하는 것이냐’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 질의에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69시간은 백지화된 것이냐’는 재질의에는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당 우원식 의원은 “69시간 한다고 5개월 검토하고, 3개월 다듬기 해서 발표한 정책이 대통령 한 마디로 바뀌고 그게 대통령실에서 또 바뀌는 부분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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