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분석 강화, 남북 교류·대화 축소···통일부 대대적 조직개편읽음

박광연 기자

남북 ‘강 대 강’ 군사적 대립 심화 현실 반영

윤 대통령 “과제 중심 재조직화” 후속조치

입법예고 24~27일···절반은 주말 ‘유명무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통일부 창설 5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통일부 창설 54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일부가 북한인권 관련 업무를 강화하고 남북 교류·대화 기능은 축소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추진한다. 북한인권 개선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대북 ‘강 대 강’ 군사 대립이 심화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일부 조직 개편을 지시한 바 있다.

이효정 통일부 부대변인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통일부는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 추진 환경 변화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행정안전부와 조직개편 협의를 진행했다”며 “이러한 조직개편 내용이 반영된 ‘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을 오늘부터 오는 27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정보분석 강화

통일부가 밝힌 개정안에 따르면 북한인권 관련 조직이 강화된다. 기존의 인도협력국을 인권인도실로 격상한다. 국에서 실로 확대 개편됨에 따라 인권인도실장을 보좌하는 국장급 인권정책관과 정착안전정책관 직위를 신설한다.

인도인권실에는 북한 주민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지원을 강화하고자 북한인권증진과를 신설한다. 북한인권과는 북한인권기획과로 명칭을 바꿔 북한인권 개선 전략·정책수립에 초점을 맞춘다.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기존 북한이탈주민안전지원팀을 안전지원과로 확대 개편한다.

북한인권 개선을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 기조가 반영됐다. 정부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앞세워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인권 개선을 압박하고 있다.

북한 정보분석 조직은 확대된다. 정세분석국 내에 북한정보공개센터장을 신설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에 기반한 북한 정보 수집·관리와 대국민 공개 기능을 강화한다. 정세분석국 내 경제사회분석과는 경제분석과와 사회문화분석과로 분리해 전문적인 분석을 추진한다.

교류협력 ‘실→국’ 축소

북한과의 교류·협력 조직은 큰 폭으로 축소된다. 교류협력실은 교류협력국으로 급이 낮아지며 이에 따라 기존의 교류협력정책관 직책(국장급)은 없어진다. 현재 교류협력실 산하 교류지원과와 남북접경협력과도 폐지된다.

교류협력실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국에서 실로 승격된 바 있다. 당시 통일부는 “남북 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넓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교류협력 조직 축소는 군사적 대치가 심화하고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교류가 중단된 남북관계 현실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현재 남북 교류협력 상황과 유사 기능의 효율적 조정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향후 남북 교류협력이 개선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정책의 후순위로 조치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는 지난해 10월 남북 문화 분야 교류협력 정책을 담당한 사회문화교류운영과를 폐지한 바 있다.

남북 연락기구 통폐합

2020년 6월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파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위로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6월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개성공단 모습. 북한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파손된 개성공단지원센터 위로 새들이 날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연락기구도 통폐합되며 축소 수순을 밟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남북회담본부에 신설하는 남북연락과로 이관한다. 공동연락사무소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남북 대화가 사실상 단절된 현실이 반영됐다. 현재 공동연락사무소 채널에서는 실질적인 대화가 오가고 있지 않으며, 매일 오전 9시 업무 개시와 오후 5시 업무 종료를 확인하는 두 차례의 형식적 연락만 오가고 있다.

북한 개성공단에 있던 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는 2020년 초 코로나19가 확산하자 북한 요구로 서울로 옮겨와 연락 기능을 맡아왔다. 북한은 2020년 6월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입법예고 기간 ‘유명무실’

이번 통일부 조직개편은 윤 대통령 지시와 맞닿아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통일부 새해 업무보고에서 “통일부 업무라고 하는 건 남북 간이나 주변 상황, 정부의 입장이나 정책에 따라서 어젠다나 다루는 일이 좀 다를 수가 있다”며 “유연하게 과제 중심으로 다시 재조직화 해서 일을 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한 바 있다.

조직개편안 입법예고 기간이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나흘 간인데 이 중 절반인 이틀(25~26일)은 주말이다. 사실상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가 유명무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조직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통일부 조직개편안 발표 때도 나흘(9~12일) 중 이틀이 주말인 입법예고 기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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