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각종 법률서 ‘성평등→양성평등’ 법안 발의

문광호 기자    이두리 기자
세계여성의날을 나흘 앞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 슬로건인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여성의날을 나흘 앞둔 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대회 슬로건인 “성평등을 향해 전진하라”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각종 법률에 나오는 ‘성평등’ 표현을 일괄적으로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법률안을 발의했다. 성평등 표현 사용을 지양하는 윤석열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성평등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남성과 여성으로 단순화하는 단어이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성 정체성 이슈를 통한 이른바 ‘문화전쟁’을 통해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목적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법안을 발의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측은 “해당 법안은 성소수자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며 “법 체계상 맞지 않는 용어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김 의원은 지난 4일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 양성평등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일부 법률에서 사용하고 있어 해석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성평등 혹은 양성평등 단어가 들어간 법률은 총 28건으로 이 중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법률은 11건이다. 이번 개정안은 성폭력방지법, 성매매방지법, 북한이탈주민보호법, 가정폭력방지법 등 5건을 대상으로 한다. 김 의원은 앞으로 모든 법률의 성평등 표현을 양성평등으로 개정하는 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번 법안은 다양한 성 정체성을 포용하는 용어를 현행 법률에서 제거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5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성평등 국회 실현을 위한 실천 결의안’ 채택을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당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양성평등 표현은 다양한 성적 지향과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해당 결의안은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년 가까이 여가위에 계류돼 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성평등 단어 지우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요업무 추진계획 목표를 보고하며 성평등 단어를 빼 논란이 됐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지난 1월12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성평등이 빠졌다는 지적과 관련해 “국정과제에 양성평등이 녹아있어 (취지가) 빠진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도 ‘2022년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 논의에서 초안에 있던 성평등과 성소수자 단어를 삭제한 후 확정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평가 토론회에서 “정부의 정책에서 ‘여성’ ‘성평등’과 같은 단어들이 계속 지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보수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양한 성 정체성 포용에 대해서는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강경 보수세력이 반대 운동을 펼치며 최근 들어 천착하는 이슈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미 학술적으로는 젠더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며 “양성평등을 쓰자는 건 성소수자 등 다양한 성적인 정체성을 부정하려는 것이다. 국가가 개인의 성 정체성을 강요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윤석열 정부는 인기가 떨어지면 여가부 폐지를 주문처럼 들고 나와 자기 세력을 결집하려는 카드로 쓰는 것 같다. 이런 젠더 가르기가 도대체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포퓰리즘적 자기 세력 모으기,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도읍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양성평등만 헌법에서 인정을 하고 있다”며 “그래서 양성평등으로 일률적으로 법을 정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쓰자고 해서 성평등을 배제하거나 성소수자를 지우겠다는 게 아니다. 그런 해석은 곡해”라며 “양성평등이냐 성평등이냐를 가지고 논란의 소지가 늘 있기 때문에 해석의 혼란을 없애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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