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설비 내일부터 시운전
어민들 “사실상 사형 선고” 울분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해 시운전을 시작한다.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한국 연안 광역자치단체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선제적 대책이 오히려 국민 불안으로 이어진다”며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1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과 울산·전남·경남·제주 등 한일해협 연안 5개 시·도는 정부에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감소에 따른 대책 마련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다. 이들 시·도는 2020년 11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대책 실무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는 그동안 5차례 회의를 갖고 정부에 사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협의체는 오염수 방류로 국내 수산물 소비가 재래시장 40%, 대형마트에서는 20% 감소하고 해양레저와 섬관광 등 연관산업까지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의체는 ‘오염수 방류 대응 특별법’ 등을 제정해 피해 지원근거를 마련해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한다.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인한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손실보상금 실시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특별법과 손실보상금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는 게 오히려 국민 불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산물 소비위축은 피해예측이 곤란하고 선제적 대책이 오히려 피해가 있는 것으로 비쳐 국민 불안 등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수산물 안전) 강한 홍보’도 오히려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히 추진한다는 게 정부의 태도다. 하지만 해양수산부는 2013년 후쿠시마 앞바다 어류에서 방사능이 검출된 이후 국내 수산물 생산 피해를 월 평균 160억~375억원으로 예상했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자국 어업인들에게 ‘소문으로 인한 피해’까지도 보상하겠다고 한 것과도 딴판이다.
정부 대책은 방사능 검사와 일본산 수산물 원산지 조사 강화에 집중돼 있다. 해수부는 올 2월부터 연안과 항만을 중심으로 52개 정점에서 방사능 농도를 조사하고 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원산지 표시 전수 조사를 강화했다.
방사능 검사 강화와 수산물 소비 홍보 등에 투입되는 비용은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한다. 전남도는 방사능 측정정비 구입에 181억원, 방재센터 구축 30억원, 소비촉진 행사 50억원 등 422억원 관련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주도는 올해 수산물 가격안정기금 100억원을 포함해 수산물 소비촉진 행사, 안정성 홍보 등에 118억원을 편성했다. 또 방사능 측정장비 구입, 소비위축에 따른 마케팅 지원사업 등을 위해 21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부산시도 방사능 감시장비 확보를 위해 5억7000만원을 투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자체는 ‘사전에 만약을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아직 현실 피해가 없지 않냐’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간 온도차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쿄전력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12일부터 핵심 설비 등이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시운전을 약 2주 동안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사성 물질이 없는 물과 바닷물을 섞어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바다로 방류하는 작업을 실제 진행할 예정이다. 도코전력은 이달 말까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모든 시설 공사를 끝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