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진 북핵 위기 고리로 한·일 관계 개선 강조
이번엔 경제·사회적 영향 부각해 국민 체감 높여
“내년 한·일 수교 정상화 60년 맞아 한 단계 도약”
대통령실 “3월 한·일정상회담 계획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한국이 일본과 함께 “새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전 일본에 대해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고 표현한 것보다 한 단계 나아간 것이다. 정부의 한·일 관계 개선 드라이브가 안보를 넘어 경제·사회 전반에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낳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일 정상회담은 이달 중에는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10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지금 한·일 양국은 아픈 과거를 딛고 ‘새 세상’을 향해 함께 나아가고 있다.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공유하며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는 파트너가 되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3·1절 기념사에서는 북핵·미사일 위협 고도화를 계기로 한·미·일 안보 협력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했다”며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면서 내걸었던 주된 명분도 한반도 안보 환경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하면서 안보 문제를 넘어 여러 분야의 협력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양국의 안보 협력이 한층 더 공고해졌다”며 “산업과 금융, 첨단 기술 분야에서 두텁게 협력하고 있고 지난해 양국을 오간 국민이 928만 명에 달한다. 무력 충돌이 벌어졌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양국이 서로의 국민을 구출하며 도움을 주고받았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아프리카 수단 내전과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인 교민 철수를 지원했고 일본도 한국인의 이스라엘 출국을 도왔다.
윤 대통령은 이어 “한·일 양국이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고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을 함께 풀어나간다면 한·일 관계의 더 밝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보다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로 한 단계 도약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주요 외교 정책인 한·일 관계 개선이 안보·군사적인 차원을 벗어나 다양한 분야에서 국민이 직접 체감할 만한 효과를 낳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관계 복원 1년 사이에 안보·산업·금융·첨단기술 협력 분양에서 양국 간 협력이 확대됐다”며 “해외에서 양국 국민을 서로 구출해주는 좋은 사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양국 국민 간 왕래와 교류도 지난 1년간 급속히 신장했다”고 평가했다. ‘새 세상’이 열렸고 내년은 한·일 수교 정상화 60주년인 만큼 국민이 느낄 변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역사가 남긴 어려운 과제들”이라고 표현한 한·일 간 현안들은 양국 관계 발전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 기업이 한국 법원에 공탁한 기금이 최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지급되자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이와 관련해 고위 관계자는 “우리 정부의 해법이 나오기 전에 일본 기업이 자발적으로 공탁해놓은 기금”이라며 “정부로서는 일본에 떳떳하다는 원칙을 설명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원칙 있게 밝힌 해법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고 그 과정에 앞으로 진전 상황에 따라서 일본 측도 성의를 보일 수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서로 힘을 모아서 함께 남겨진 숙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이달 중에는 열리지 않는다.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서로 편한 시기에 한일 지도자가 오고 간다는 게 셔틀외교의 정신”이라며 “3월 중에는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게 없고 정상회담 계획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