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간첩 혐의 한국인’ 수개월 전 체포해놓고 이제와 밝혀

박은경 기자

한국 압박 수단 ‘정치 의도’ 분석…정부 “외교채널로 소통 중”

한국인 한 명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정부는 러시아 측과 필요한 소통을 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처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러관계가 악화되고, 한·미·일이 북·러 밀착을 규탄하는 가운데 악재가 더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로서는 우리 국민이 하루빨리 가족들의 품으로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한·러 양국 간의 외교 채널을 통해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현지 공관에서는 우리 국민의 체포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영사 조력은 변호사 선임 지원이나 영사 접견 등이 포함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전날 한국인 백모씨가 올해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으며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현재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백씨는 지난 10년 가까이 중국이나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와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주 등을 오가며 탈북민 구출과 북한 노동자 지원 활동 등을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타스통신은 올해 53세인 백씨가 국가 기밀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백씨가 자신을 작가라고 소개하면서 메신저로 국가 기밀자료를 받은 것이 확인됐다고 전했지만 어떤 정보를 받았는지, 어떤 정보기관 등과 연계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체포된 후 수개월이 지난 시점에 러시아 국영 언론이 보도한 점 자체가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고, 한국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러시아에서는 백씨에게 적용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러시아가 백씨에 대한 조사나 재판 등을 둘러싸고 한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레포르토보 법원은 전날 백씨 구금 기간을 3개월 연장했다. 이에 따라 백씨에 대한 간첩 혐의 조사는 6월15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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