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못했던 것, 조국이 그냥 짖어불고 뒤집어부러라”···광주 르포

광주 | 탁지영 기자

심상찮은 조국혁신당 돌풍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14일 광주 동구 충장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돌풍이 광주 민심 바닥에서 불고 있다. 경향신문이 지난 19~20일 광주 광산구·서구·북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만난 17명의 유권자 중 7명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고 답했다. 줄곧 더불어민주당을 찍어온 40·50·60 세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민주당의 심장, 광주에서마저 ‘몰빵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이 만난 광주시민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뉘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검찰로부터 ‘멸문지화’를 당한 데 대해 측은지심을 느꼈다. 그만큼 조 대표가 강력한 추동력을 갖고 검찰개혁으로 되갚아주길 기대했다.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을 전면에 내걸어 속 시원하다는 통쾌함도 느끼고 있었다.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앞에서 복사·인쇄 가게를 운영하는 양모씨(56)는 민주당 권리당원이다. 양씨는 그럼에도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표를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가 억울할 것 같아요. 가족을 도륙 내놨어요. 만약 윤석열이 김건희하고 장모하고 처남에도 똑같은 잣대를 대고 똑같이 수사했으면 박수 쳐줘요. 그런데 지금 그런 판은 아니잖아요.”

양씨는 조국혁신당을 지지하는 광주 민심 기저엔 “민주당이 못했던 것들 조국이 네가 한 번 사정없이 그냥 짖어불고 한번 뒤집어부러라. 너 당한 거 있잖아. 당하고만 있지 말고 똑같이 되빠꾸(되치기)해라”는 생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광산구 수완동에서 만난 택시기사 이홍식씨(65)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인선을 보고 “윤석열 정부와 잘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호평했다. 조국혁신당은 문재인 정부 때 윤석열 검찰총장을 감찰했다가 해임된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비례 1번에,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은 조국 대표를 비례 2번에 배치했다. 박 전 담당관은 ‘윤석열 사단 척결 검찰을 국민 곁으로’, 조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정권 조기종식’이 후보 슬로건이다. 윤석열 검찰과 대립했던 황운하 의원(8번),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관리본부장(10번)도 후보에 있다. 이씨는 “전부 윤석열이 반대했던 사람들이잖아요. 한이 맺힌 사람들인데 한풀이는 제대로 하겠죠”라고 말했다.

조 대표가 ‘투사’ 이미지로 탈바꿈했다고 느낀 시민들도 있었다. 서구 양동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정숙희씨(64)는 조 대표가 비례대표 순번 지정을 위한 국민 오디션에서 “저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달라.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선명하게 가장 뜨거운 파란 불꽃이 돼 검찰독재정권을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말한 것을 보고 “조국이 마지막으로 자기를 불사른 것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정씨는 “조국도 의석수가 많이 나와야 하고 민주당도 많이 나와야 되고 윤석열보다는 많이 나와야 해결이 돼 나간다”며 조국혁신당과 민주당과의 연합정치를 기대했다.

광산구 첨단2동 이불가게 사장 이모씨(43)는 조국혁신당의 윤석열 정권 조기 종식에 힘을 실었다. 이씨는 “현재 정권을 빨리 탄핵시켜야 하는데 민주당은 총선에서 역풍 불까봐 그 말을 쉽게 못하지 않나”라며 “(조 대표는) 잃을 게 없으니까 제일 먼저 (윤 대통령) 탄핵할 거라고 털어버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조 대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입막음 챌린지’ 포스터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택시기사 박모씨(58)도 “검찰 정권을 타도해야 하는데 조국혁신당은 앞뒤 안 보고 밀어붙이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광주|성동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후문을 찾아 시민들을 향해 발언하고 있다. 광주|성동훈 기자

민주당은 물론 더불어민주연합까지 확실히 힘을 싣겠다는 시민은 한 명이었다. 양동시장에서 27년째 옷 장사를 하는 박모씨(64)는 조 대표 동정론을 비판하며 “우리나라는 그래서 망한당께. 일관성이 없어”라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는 뼛속까지 민주당이다. 비례대표도 민주당 찍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광주 바닥 민심은 여론조사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는 답변은 19%, 더불어민주연합은 16%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보면 40·50·60 세대에서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답변이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섰다. 광주·전라에선 조국혁신당 36%, 더불어민주연합 28%였다.

“민주당이 못했던 것, 조국이 그냥 짖어불고 뒤집어부러라”···광주 르포

더불어민주연합도, 조국혁신당도 비판하며 제3지대 새로운미래를 지지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구 상무지구에서 만난 미화노동자 이모씨(67)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 10번 이내 인사 중 4명이 수사·재판 중이란 점을 비판했다. “황운하 같은 놈들 4명이 기소가 돼 있는데 국회에 들어오면 자기들이 특권(불체포특권)을 가지고 회피할 거 아니에요. 그렇게 해 주면 안 되지.” 이씨는 “이낙연이가 뭘 잘못했나”라며 “이낙연을 생각해서 새로운미래를 찍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광주 민심은 차갑게 식었다. 국민의힘은 2022년 지방선거 때 광주·전라에서 역대 최고 득표율을 받았지만 2년 만에 정권 심판론이 들끓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안 좋다’ ‘정부가 물가를 못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쏟아냈다.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5·18 망언 등은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양동시장 상인 박씨는 “문재인이 못한다고 난리가 났잖아. 더 징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던 거지”라며 “애호박 하나에 3800원, 파 한 단에 7000~8000원. 콩나물이 제일 싸. 천 원어치 사면 이틀은 먹을 수 있잖아”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경수씨(70)는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향해 “저도 방송한 놈이 MBC를 그렇게 협박을. 어떻게 보면 더 후퇴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남대 학생 정소린씨(20)는 “국민의힘이 전라도에 대해서 안 좋게 말한다”고 했다. 광산구 직장인 윤승환씨(35)는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의사 파업 때 간호사들이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임시방편으로 만드는 걸 보며 국민의힘이 너무 세져도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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