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기자들이 전하는 당최 모를 이상한 국회와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차기 여당 원내대표가 유력시되던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을 향한 당내 비토 여론이 1일 이어졌다. 유일 후보로 ‘어이원’(어차피 이철규가 원내대표) 설이 돌던 며칠 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접을 것이란 관측까지 나온다. 당초 원내대표 선거 후보 등록 마감일이던 이날 국민의힘은 소속 의원 누구도 출마를 공식화하지 않은 채 속만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 동작을 당선인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그동안 (이 의원이) 주요 직책을 많이 맡으시다 보니 거부감들도 있으신 것 같다”며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나 당선인은 “총선 패배의 책임이 거기(이 의원)에 다 있다는 얘기는 비약”이라면서도 “(책임이) 가장 주요한 인사 중 하나였다고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며 선거 책임론을 꺼냈다.
친윤(석열)계인 배현진 의원이 전날 “민심 등지고 지탄받을 길 일부러 골라가지 마시라”며 이 의원 불출마를 촉구한 것과 같은 결이다. 당내에선 총선 대패에 대한 이 의원의 책임이 크다는 여론이 수도권 당선인 및 낙선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나왔다. 이 의원은 자타 공인 윤석열 대통령 복심이자 ‘윤심’(윤 대통령 의중) 전달 통로로 평가받아왔다. 국민의힘 3040 낙선자 모임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원내대표 선거 일정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24일 “당이 과거에 대한 반성은 없이 계속 과거 기조대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의원 원내대표 출마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 의원이 당 사무총장으로서 공천을 주도했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 인재영입위원장과 공천관리위원을 맡은 4·10 총선 모두 참패로 끝났다. 이 의원은 총선 직전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분란을 대외적으로 드러냈다는 비판도 받았다. 다만 나 당선인은 “(이 의원이 불출마하라는) 배 의원 논리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더 많은 의원이 나와 경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이 의원이 정말 윤심 후보가 맞느냐는 의심도 나온다. 당내에선 당 주류인 친윤계 표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에 몰릴 게 뻔하니 다른 사람은 출마해 봤자 들러리라는 이른바 ‘어이원’ 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총선 패배로 조기 레임덕 위기감과 당 쇄신 필요성이 거듭 제기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도 당과 소통하는 방식 및 채널을 바꿀 유인이 있다는 진단도 상당하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비윤석열계인) 김도읍 의원 얘기도 꺼낸 적이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정작 지난달 29일 원내대표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와 별개로 “(대통령이) 처음부터 ‘나는 이철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게 아니었다”는 주장이다.
배 의원이 이 의원 비토 여론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것도 흥미를 끈다. 친윤계 당선인 중 공개적으로 이 의원 불출마 목소리를 낸 건 배 의원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친윤계로 한때 가까웠으나 지금은 ‘너무 먼 당신’이 됐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둘 사이를 멀어지게 된 대표적인 계기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공천을 강하게 주장한 반면 배 의원은 반대 의견을 내 맞섰다. 배 의원은 이번 총선에 앞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송파구 공천을 두고도 이 의원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배 의원은 새 대표로 유력 거론되는 나 당선인을 상대로 지난해 전당대회 과정에서 ‘비토 연판장’을 주도한 적이 있어 ‘나경원 대표-이철규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서면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차기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 의원 반대 목소리를 거듭 내는 상황도 배 의원에겐 나쁘지 않다. 배 의원은 ‘홍준표 인재영입 1호’로 정치권에 합류해 한때 대표적 친홍 의원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