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양극화 원흉은 정치·시사 유튜브?

정용인 기자

총선 거치며 정치·시사 유튜브 판도 보수 우위서 진보 우위로 변화

정치적 양극화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이 더 큰 문제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 복합공론장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유튜브 채널이 거론되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8일 기사를 통해 김어준 방송에 출연한 출마자들이 김어준의 구호에 맞춰 절하는 것을 비판했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 캡처

기존의 레거시 미디어에서 유튜브 등 복합공론장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유튜브 채널이 거론되기도 한다. 조선일보는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8일 기사를 통해 김어준 방송에 출연한 출마자들이 김어준의 구호에 맞춰 절하는 것을 비판했다.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영상 캡처

[주간경향] “배승희 변호사가 YTN의 새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아마 기존 시청자들이나 진보 쪽에선 ‘배 변호사가 누구야’ 하는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그러나 배 변호사는 보수진영·유튜브 업계에서는 이미 저명인사다.

지난해 12월 한국정치학회에서 발표된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학과 겸임교수의 논문 ‘유튜브 정치·시사 채널 동영상 특성 분석’에 따르면 <배승희 변호사> 채널의 ‘따따부따 라이브’는 논문발표 시점을 기준으로 121만명의 구독자를 가진 대형채널이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은 128만명으로 7만명이 더 늘었다.

주간경향의 이번 당선인 유튜브 조사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를 가진 정치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102만명이었다. 유 교수의 논문을 바탕으로 여의도 정치인보다 더 많은 구독자를 가진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조사해봤다.

채널로만 따지면 부동의 1위는 국민의힘 정치인 출신인 <진성호방송>이다. 지난해 12월 177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82만명으로 늘었다.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으나 정치 현안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채널을 더한다면 현재 2위는 <매불쇼>(168만)다. <매불쇼>는 코미디 장르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당선인 1위 이재명의 구독자 수를 넘어서는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은 위 두 채널 말고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160만), <신의한수>(150만),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144만), <딴지방송국>(133만), <서울의소리>(133만), <배승희 변호사>(128만), <신인균의 국방TV>(122만), <고성국TV>(104만) 등 8개가 있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역 정치인들보다 더 큰 것일까.

10개 정치·시사 채널, 당선인 유튜브보다 구독자 많아

이재명 대표보다 더 구독자가 많은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을 정치성향으로 나눠보면 진보·보수 모두 다섯 개다. 이중 <김어준의 다스뵈이다>를 메인 콘텐츠로 삼고 있는 딴지방송국과 TBS에서 유튜브로 옮긴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의 중심인물이 김어준인 점을 고려해 두 채널 구독자를 합치면 293만명이다. 정치·시사 유튜브 생태계의 판도가 기존의 보수 우위에서 진보로 바뀐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의 정치 팬덤이나 시사 정치 미디어가 통합·분화되는 변곡점은 선거”라고 말한다. 지방선거보다는 총선이나 대선을 기점으로 분화와 재정렬되는 패턴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일종의 파워밸런스가 형성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생태계로 보면 온·오프가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 세력균형을 형성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아쉬운 쪽이 ‘궁즉통(궁하면 통한다)’ 비슷하게 온라인에 더 많이 모이게 되는 것이다.”

장우영 교수나 유승현 교수에 따르면 2020년 대선까지 유튜브의 ‘진영화’는 보수가 주도했다. 이후 정권이 바뀐 뒤에는 진보가 유튜브 생태계를 주도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갈등의 중심축도 옮겨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 공론장과 진보 공론장이 번갈아서 형성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도 일반적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서 정서적 양극화로 치닫는 현실이다. 장 교수는 이렇게 덧붙였다.

“정서적 양극화란 쉽게 말해 존재 그 자체가 싫은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에서 정치적 성향 차가 정서적 양극화로 이어지는 국가별 순위를 매년 집계했는데, 그동안은 미국이 1위였으나 현재는 한국이 1위다. 왜 투표했냐고 물었을 때 ‘이 후보가 좋아서 투표했다’면 문제가 없는데, ‘찍고 싶은 후보는 없지만 이 사람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네거티브 보팅(negative voting)의 비중이 한국에서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장 교수가 발표한 ‘유튜브의 정치적 도전과 법적 개선’ 논문엔 이와 관련한 조사가 실려 있다. 2022년 대선 후 조사에서 부정적 투표, 즉 “내가 싫어하는 특정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막고 싶어” 투표했다는 사람의 비율이 49.8%에 이른 것이다.

“과거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10%대였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이재명이 싫어서 상대방을 찍었다는 사람이 절반이었다는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강성지지층이었다. 유권자 분포가 이렇게 이뤄져 있는 구조적 양극화 상황에 정치가 들어설 틈이 없는 것이다. 이 상황은 누가 만들었는가.”

장 교수는 이 모든 것이 유튜브 탓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온라인 공간은 어떻게 말하면 오프라인이 투영된 공간이다. 우리나라의 오프라인 정치문화가 타협지향, 합의 지향적이라면 온라인에서 아무리 난리를 쳐도 안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착각하는 것이 온라인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 오프라인으로 나오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반대로 오프라인에서 만들어진 불씨를 온라인에서 화약으로 터뜨려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

“유튜브는 오프라인 갈등의 촉진자”

유승현 교수는 “이번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뚜렷해진 특징은 기존 미디어가 주도하던 정치 미디어 공론이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복합적 공론장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후보자들도 기존 방송 출연 빈도보다 보수든 진보든 유튜브 정치 시사 채널 출연이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본인들의 선거운동이나 정치적 의제를 보여주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공론장의 변화가 좋은 방향이냐 나쁜 방향인지는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유 교수는 진보·보수 공론장의 분열뿐 아니라 각 공론장 안에서 내부집단을 향한 공격이 나타나는 것도 새롭게 나타난 현상이지만 앞으로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경향일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적 공론장이라는 것은 다양한 이해집단이나 정파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하는 것이고,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동일 집단 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 자신의 세를 불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일상화되는 것이다. 총선 전 상황을 보면 보수는 이준석을 공격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을 두고 입장차가 벌어졌고, 민주당 성향 진보는 다수를 차지하는 친명이 비명을 공격하는 데서 시사 채널을 구독하는 독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을 얻는 식으로 이뤄졌다. 분명한 것은 외집단 공격보다 내집단을 공격하는 것이 자신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보여주는 수단이라는 메커니즘이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분화는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보수와 진보 유튜브 생태계를 단순 비교해 정치 양극화의 주범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헌기 소장은 “배승희나 보수 유튜버 출신인 성제준이 라디오·공중파를 꿰찬 것을 두고 보수 쪽에서는 지난 정권 때 김어준, 이동형, 신장식 등이 공중파나 라디오를 진행했지 않았냐고 피장파장 논리를 펴는데, 문제는 이들 보수 인사들이 들어간 뒤 시청률이나 청취율이 처참히 망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사실상 김어준 방송국 소리를 들었던 교통방송도 그렇지만 <이동형의 뉴스정면승부>를 YTN이 놓을 수 없었던 이유도 동시간대 청취율 1위라는 성적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은 점령군처럼 진행자만 꿰찬 모양새지만 청취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과연 오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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