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 고비 넘겼지만···‘유예된 위기’

박순봉 기자    유설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28일 국회에서 최종 부결되면서 윤 대통령은 한 고비를 넘겼다. 특검 수사의 칼날이 본인과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향하는 상황은 일단 피했다. 국민의힘 이탈표 규모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부권 효과를 지키고 여당과의 결속을 확인했다. 여당 의석수가 더 줄어드는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재추진을 공언하고 여당내 다른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유예된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8차 한·일·중 비즈니스 서밋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은 큰 이탈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공동운명체”라며 “입법과 정책 사안에 대하여 당과 대통령실은 국가대의를 위한 책임을 다한다는 신념으로 임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우리는 공개적으로 찬성하겠다고 한 의원들(5명) 외에는 딱 그대로(부결이었다)”라며 “민주당 쪽에서 이탈이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 상병 특검법 재의 건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94인 중 찬성 179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 정무 기능이 살아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의 위기를 넘었지만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의 ‘방어’는 더 험난하다. 야권은 22대 국회 개원 후 첫 과제로 채 상병 특검법 재추진을 벼르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해도 여건은 21대보다 더 어렵다. 먼저 22대 국회 의석 구조는 더욱 불리하다. 이날 기준 범여권의 의석 수는 115석(국민의힘 113석·자유통일당 1석·하영제 무소속 의원)이지만, 22대에선 국민의힘 108석이 전부다. 7석이 줄어드는 셈이다. 채 상병 특검법을 공개 찬성하는 의원들도 늘어가고 있다. 김웅 의원을 시작으로 김근태·안철수·유의동·최재형 의원 등 총 5명의 21대 현역 의원이 ‘커밍아웃’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당원들 중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 노선 투쟁이 치열하다는 점도 윤 대통령 입장에선 부담이다. 해외 직구 논란, 국민연금 개혁 등 이슈가 나올 때마다 당내 당권·대권 주자들이 나서서 갑론을박을 벌이는 상황이다. 나경원 당선인, 안철수·윤상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당권주자들과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대권을 바라보는 이들도 참전해 입장을 내놓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주요 당권 주자들이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며 차별화 경쟁을 펼 가능성이 있다.

차기 당권 주자 중 친윤석열(친윤)계가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나 당선인, 안 의원은 모두 지난해 3월 김기현 대표가 선출된 전당대회 과정에서 대통령실 혹은 친윤계와 갈등을 빚었다. 윤 의원은 수도권 의원으로 친윤계에 쓴소리를 해왔고 유 전 의원은 대표적인 반윤 인사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에게 “의원들 사이에선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는 목소리가 꽤 있는 편”이라며 “다음 선거가 다가올수록 윤 대통령과 분리해서 가려는 의원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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