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이 3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21%로 조사됐다. 20%대 지지율은 위험 단계다. 20%선이 무너져 10%대로 내려 앉을 경우 ‘심리적 탄핵’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여당 내부에서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21%로 나타났다. 지난주 조사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이후 최저치다.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같은 기간 3%포인트 상승해 70%로 나타났다. 취임 이후 최고치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 후 기존에는 거부해왔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2주년 기자회견 등을 수용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내용이 국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채 상병 특검법 부결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 같다”며 “국민들 입장에선 국정기조가 안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총선 이후 지지도는 4월 2주차 24%→4주차 24%→5주차 21%로 2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60대에서 하락폭이 크다는 점도 심상치 않다. 서울은 수도권 중에선 윤 대통령과 여당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받는 지역이다. 서울은 지난주보다 6%포인트 지지율이 하락해 17%를 기록했다. 60대도 전주보다 11%포인트 하락해 30%로 집계됐다.
20%대 지지율은 이미 국정 운영을 하기 쉽지 않은 위험 단계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역대 대통령의 분기별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바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30~40%대 지지율을 유지하다 임기 4년차 3분기에 32%를 기록하고, 이후 4분기에 12%로 급락한 뒤 탄핵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1년차 2분기에 21% 지지율을 얻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점차 회복해 임기 3년차 때는 40%대를 기록했다. 이 전 대통령이 다시 20%대 지지율을 기록한 건 5년차 1분기부터다. 20%대 지지율은 임기 막판에야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20%선이 붕괴될 경우 ‘심리적 탄핵’ 상태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박근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지지율이 20%대만 되어도 공무원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며 “10%대가 되면 심리적 탄핵 상태다. 국민의힘에서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를 기록했다.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대통령 지지율과 다른 흐름을 지속적으로 보이게 되고, 선거가 가까워지면 여당이 대통령을 향해 분리 요구를 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21% 지지율이면 이미 당대표 체제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 눈치 안 보는 사람이 당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통신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 추출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1.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