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표현의 자유” 입장 재확인
‘한국 탓하며 도발 명분 쌓기’ 견제
국방성 담화 ‘재개 조건’보다 ‘중단’에 무게 해석도
북한이 대북 전단(삐라) 살포 중지를 조건으로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으나 정부는 민간단체의 표현의 자유 문제라며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3일 밝혔다. 오는 6일 일부 민간단체가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면서 남북간 긴장 국면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 전단 등 살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보장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고려해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면 오물 풍선도 다시 날려보내겠다는 북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2023년 9월 헌법재판소는 북한 지역으로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게 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무한정 용인될 수는 없지만, 살포 행위로 법적 처벌을 하는 것은 과하다는 취지다. 민간단체들은 다시 대북 전단을 풍선에 달아 날려 보내기 시작했고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이들 단체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민간단체들이 날려 보내는 물체에는 한국 노래와 수령 통치 체제를 비판하는 인쇄물 등이 담겨있어 북한 지도부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대남 오물 풍선을 처음 살포한 다음날인 지난 29일 담화에서 대북 전단 등을 언급하며 “우리 인민을 심히 우롱, 모독한 한국 것들은 당할 만큼 당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일 김강일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도 오물 풍선은 “철저한 대응 조치”라고 했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정부가 민간단체에 살포 행위 자제를 요청하면 남북 사이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는 대북 전단에 따른 ‘자위권적 조치’라는 북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대남 심리전 등 각종 도발의 명분을 한국에서 찾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물 풍선 중단을 위해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시킬 경우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오물 풍선 살포를 “잠정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김 부상의 담화가 사실상 대북 전단보다는 정부가 재개하기로 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는 민간단체들이 북으로 날려보내는 풍선 중에서 실제로 북한 땅에 떨어지는 풍선 비율은 극도로 낮다고 본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수인데 이를 민간에서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오는 6일 대북전단 살포를 예고하면서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 재살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민단체가 공개적으로 대북전단을 살포하면 갈등 격화는 피할 수 없다”면서 “갈등을 키우는 방식의 민간단체 활동은 ‘북한 민주화 운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군사적 충돌을 유도하거나 접경지대 주민들의 안전을 해칠 염려가 있으면 현장에서 경찰이 제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러면서 실제로 그런 사례도 많다고 설명했다. 구병삼 대변인은 접경지대에서 중대한 위험의 우려가 있으면 경찰이 현장에서 통제할 수 있도록 관계 기관과 조율이 이뤄지고 있느냐는 질의에 “현장 사정을 고려해서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그건 현장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경찰의 물리적 제지가 없는 단순 자제 요청은 단체들의 행동 변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