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적절 언론관’ 논란 확산…“당파적 저널리즘 부추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06.17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06.17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언론 폄훼’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본인의 해명과 당 관계자들의 두둔 속에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이어지자 같은 야권인 개혁신당도 국회 윤리위원회에 이 대표의 징계를 요구했다. 학계에선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되고 ‘당파적 저널리즘’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며칠 전 법정에 출석하며 했던 저의 발언은 일부 언론의 실재하는 애완견, 경비견 행태를 지적한 것”이라며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보낸 돈이) 방북용 송금이라는 검찰 주장을 베껴 쓰면서 ‘주가조작용 송금’이라는 국정원의 비밀보고서는 외면하는 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언론의 ‘애완견 행태’에 대한 비판을 전체 언론에 대한 비판인양 변질시키는 것도 매우 안타깝다”며 “(이번 논란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돌아볼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언론 전체를 매도한 것은 아니니 최근의 ‘애완견’ 발언은 문제가 없었다는 취지다. 그는 “민주당은 언론이 ‘감시견’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또 언론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날 해명은 언론단체가 이 대표의 ‘애완견’ 발언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낸 가운데 나왔다. 한국기자협회·전국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는 전날 성명에서 “야당 대표와 국회의원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비하 발언으로 언론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언론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해 온 민주당이 드러낸 저급한 언론관이자 막말이기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으로 자신을 기소한 것의 문제를 언론이 제대로 지적하지 않는다면서 기자들을 향해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언론 단체들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 대표를 옹호했다. YTN 기자 출신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SNS에 언론단체들의 성명을 거론하며 “일부 언론의 특정 보도 행태를 지적했는데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비약했다”고 주장했다. 언론인을 ‘기레기’라 칭해 논란이 된 양문석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 전체를 비판하지 않았는데, 언론들이 상당히 발작 증세를 보인다”며 또다시 막말을 내놨다.

민주당의 논란이 이어지자 야권인 개혁신당은 이날 윤리위에 이 대표와 양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거대 제1당의 대표가 본인의 재판에 대해 불리한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언론인 전체를 싸잡아 모독하고, 양 의원은 언론인을 ‘기레기’라 발언해 품위를 실추시켰다”며 “품위를 실추시킨 두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의 참여를 부탁한다”고 밝혔다. 윤리위 제소를 위해선 20명 이상 의원이 동의해야 한다.

민주당의 언론관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맞물려 지난 대선 정국 때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된 녹취록 미방영에 대한 항의, 라디오 방송의 불공정성 문제 등을 제기하며 YTN, KBS, SBS 등에 총 4차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의 한 라디오 PD는 “민주당의 항의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이 대표의 편향된 언론관을 비판하는 여당도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서 보도 내용의 편향성, 패널의 공정성, ‘김건희 여사 녹취파일 방송’ 등에 대한 항의로 YTN, CBS, MBC를 상대로 총 12차례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최근 논평에서 언론노조를 향해 “귀하들은 잘 봐주면 홍위병이고, 정확히 말하면 이권을 따라 몰려다니는 속물 집단에 불과하다”며 막말을 내놓기도 했다.

박대민 선문대 교수(언론학)는 “정치권에서 벌어진 최근의 논란들은 기성 언론의 게이트키핑에 대한 거부감과 인식의 부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늘어놓는 유튜브 방송과 달리 기성 언론들은 뉴스 가치나 논조에 따라 내용을 거르는데, 이러다 보니 정치인들이 기성 언론을 힘들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하지만 애초에 정치인이든 검찰이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언론이 그대로 써줄 것을 기대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우 국민대 교수(언론학)는 “사람들은 종종 언론이 우리 편이 아니라 믿는 편향을 가지는데, 이를 ‘적대적 미디어 현상’이라 한다”라며 “나는 공정한 시각을 갖고 있어 언론의 편향을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여야 모두 본인들의 판단에 대한 과신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정치가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허물고, 당파적 저널리즘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정 정파의 리더가 ‘주류 매체는 우리 쪽이 아니다’라고 하면, 강성 지지자들은 극단적이거나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하는 매체가 ‘참언론’이라 생각할 수 있다”라며 “최근에 보이는 현상 역시 적대적 미디어 현상이 심각해지며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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