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경향포럼

[인터뷰 전문]“인간이 가끔 엉망일지라도···차별에 맞선 싸움은 계속된다”

버클리 | 김희진 기자    버클리 | 이창준 기자

2024 경향포럼 인터뷰 | 차별에 대항하는 연대와 포용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마이너필링스> 저자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어떤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어느새 소수자를 에워싼다. 소수자는 차별의 시선을 스스로 내면화하기에 이른다. 모욕에 가까운 차별을 당해도 피해망상은 아닐까 자기검열하는 식이다. 섣불리 부당하다고 말했다가는 혐오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결코 사소할 수 없는 소수자의 감정을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는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소수적 감정)’라고 이름 붙였다.

한국계 이민 2세대인 캐시 박 홍 교수는 시인으로 활동하며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친다. 부모는 196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아시아인에게 ‘모범 소수자’란 딱지가 붙을 때였다. 범죄를 저지르거나 빈곤하지 않은, 근면하고 우등한 소수자란 뜻이다. 일종의 환상이자 차별어린 꼬리표였다. 박 홍 교수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종종 이방인처럼 느꼈다. 이민자로서 겪어온 상반된 감정과 자기혐오, 트라우마를 샅샅이 담아 2020년 첫 자전적 에세이 <마이너 필링스>를 펴냈다.

박 홍 교수는 차별에 맞서기 위해 세상을 설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마이너 필링스’란 낯선 용어를 고안해가며 아시아계 미국인의 억압된 감정을 촘촘히 묘사한 이유다. 차별 가득한 세상이 뒷걸음질치고 있지만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시민들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차별에 항의하고, 정치에 참여한다면 말이다.

그는 “차별 문제는 다차원적 싸움”이라며 “무엇보다 싸움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다정하고, 더 열린 마음을 가진 세대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젊은 세대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 박 홍 교수는 오는 26일 <2024 경향포럼>에서 ‘무엇이 분열을 만드는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박 홍 교수를 만났다.

캐시 박 홍 교수의 저서 <마이너필링스>

캐시 박 홍 교수의 저서 <마이너필링스>

- 본인의 책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는 한국에서 특히 젊은 여성이 많이 읽었다고 알려졌다. 책의 어떤 부분이 젊은 여성들을 열광하게 했다고 생각하나.

“한국의 젊은 여성 독자들이 그렇게 좋아해줄 줄 몰랐다. 아마 단순한 에세이에 그치지 않고 가족 이야기와 속마음, 자라면서 느꼈던 소외감 같은 내용을 정직하게 표현한 글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준 듯 하다. 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무례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솔직하게 쓰기도 했다.”

- 소수자들은 ‘연성 파놉티콘(원형감옥)’에 산다는 표현이 인상 깊다. 이에 따른 ‘조건부 실존’에서 벗어나려면 소수자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소수자들이 연대해 차별에 대항한 최근 사례가 있나.

“2020년부터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시아계를 향한 혐오가 급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그동안 인종적 정체성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왔지만 직접적인 혐오의 대상이 되면서 정체성 문제를 자각하게 됐다.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연대하는 거대한 움직임으로도 이어졌다. 특히 젊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혐오 반대 시위에 나서며 다른 유색인종과 연대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젊은 대학생들 사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연대하는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매우 많이 벌어진다. 학생들이 단순히 전쟁 중단만을 원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개인적으로도 연결고리가 있다고 느껴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애착을 가지는 것 같다. 크게 보면 탈식민지화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 이것을 내면화해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 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 캐시 박 홍 <마이너 필링스>

- 소수자만 느끼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마이너 필링스(minor feelings·소수적 감성)’라고 명명했다. 이런 감정을 입 밖으로 꺼내면 “너무 예민한 거 아냐” 같은 핀잔이 돌아오는 일도 빈번하게 겪는다. 그럼에도 소수자로서 자신이 겪은 마이너 필링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야 할까. 그러다 보면 훗날 덜 차별적인 사회가 되리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책 <마이너 필링스>는 이 나라(미국)에서 차별에 맞서싸우기 위해 세상을 향해 거는 대화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백인들은 읽어낼 수 없는 범위의 감정을 묘사하기 위해 ‘마이너 필링스’라는 용어를 썼다. 그들은 유색인종이 겪는 현실을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처 알 수 없는 감정이 있다. ‘마이너 필링스’라는 표현은 우리(아시아계 미국인들)만 느끼는 억압된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내면을 구체적이고 미묘한 부분까지 묘사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는 일은 작가로서 매우 중요하다고 봤다. 그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우리의 내면을) 쉽게 외면하지 않고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실제로 책을 쓰고 나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는 주변 반응도 있었나.

“다양한 반응이 있었다. 그중에는 책을 높게 평가하는 백인 독자도 많았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다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였다. 책을 읽으며 과거엔 몰랐던 역사를 알 수 있게 됐다는 평도 있었다. 책에선 백인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뤘는데 그런 부분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책을 두고 열광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매우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었다. 예컨대 내가 너무 히스테리를 부린다거나 너무 민감하다 혹은 너무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다.”

-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포용과 관용을 중시하던 사회 분위기를 점차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관용과 포용이 사라진 자리에 차별과 혐오가 자리 잡은 원인은 뭘까.

“글쎄 한국의 상황에 대해 말하긴 좀 어렵다. 다만 미국의 경우 파시즘이 부상하는 상황이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명백한 계기였다. 인종차별은 미국에 뿌리내리고 있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람들이 혐오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파시즘의 부상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정치적 선동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상위 1%와 나머지 미국인들 사이 소득 격차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들은 불법체류 이민자들이나 성소수자, 무슬림, 아시안들을 그들이 당면한 문제의 희생양으로 삼기도 한다. 일련의 상황은 허위 정보가 유입되면서 파편적으로 전해지는 뉴스로 인해 더욱 악화된다.”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김희진 경향신문 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김희진 경향신문 기자와 대담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 정체성에 관한 자전적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한 계기 중 하나로 도널드 트럼프의 집권을 꼽았다.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로서 이런 최근 상황은 어떻게 보나.

“너무 두렵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제로 재집권을 하게 된다면 캐나다로 옮겨갈 방법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지만 트럼프의 재집권은 정말 두려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는 아마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정책을 두 배, 아니 세 배 더 심하게 할 것이다. 미국의 상황은 아주 나빠질 것이다.”

- 그런데도 미국 사회에선 어째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거론되는가.

“미국은 심하게 분열된 나라다. (인터뷰를 하는) 여긴 캘리포니아이고 이 지역은 반트럼프 성향에 매우 진보적인 지역이다. 그러나 미국인들 특히 백인들 중에는 자신의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에 기반한 근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지만 권리를 빼앗길까 봐 두려워하며 매우 화난 이들 말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적합한 리더라고 여긴다. 또 2021년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이 보여주는 것처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표를 훔쳤다고 믿는다.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CNN이나 뉴욕타임스가 뭐라고 하든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폭스뉴스나 유튜브에서 보는 것만 믿기 때문이다. 너무 심하게 분열된 상태이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어떻게 부정 선거를 했는지를 두고 완전히 거짓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들은 사기와 기소 등 트럼프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두고도 그저 트럼프가 피해자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건 사실 전부 엉터리지만 말이다. 그런데도 많은 백인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힘을 북돋운다고 느낀다. 이민자는 많지만 일자리가 적고,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미국의 복합적인 문제들이 작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백인은 이민자가 모든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야기를 믿는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과장하는 트럼프를 자신들의 리더라고 여긴다.”

- 미국에서도 백래시가 증가하고 있다고 들었다. 공화당 지지층이 두꺼운 유타주를 비롯해 미국 8개 주는 DEI 금지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여성혐오 등 문제에서 심화하는 백래시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가 사회의 고민 중 하나이다. 백래시 현상에 대항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려운 질문이다.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보면 유일한 방법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백래시 현상에) 항의하고, 정치에도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표도 중요하다. DEI 금지법 같은 심각한 백래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수준에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있다. 유색인종, 소수자,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같은 소외된 이들과 백인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분열처럼 한국에선 여성과 남성 사이 분열이 있는 것 같다. 둘 사이엔 확실히 큰 유사성이 있다고 본다.”

아무 생각 없는 백인에게 인종 문제를 참을성 있게 가르치기란 정말 고되고 피곤하다. 내가 가진 설득의 능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야 한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캐시 박 홍 <마이너필링스>

- 소수자성은 다양하지만 차별을 가하는 양상은 유사하다는 점에서 <마이너필링스>가 독자의 큰 공감을 끌어낸 것 같다. 한국에서도 성별, 성 정체성, 장애, 인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발생한다. 차별금지법은 11차례 발의됐으나 입법되지 못했다. 법으로 강제한다면 차별을 없애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음 차별 문제는 다차원적인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분명 정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차별금지법은 필수다. 그렇다고 거기에서 멈춰선 안 된다. 실생활의 문제이자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해서다. 예컨대 한국 상황을 잘은 모르지만 노동시장에서 여성과 남성 사이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다. 한국 저출생 문제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에선 점점 더 아이를 낳는 여성이 적어지고 있지 않나. 만약 보육정책을 제정하거나 육아급여·출산휴가를 지급한다 해도 남성이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아닌가. 단지 정치적이거나 정책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차별에 대한 문제는 다차원적인 싸움으로 접근해야 한다.”

- 사회는 느리더라도 조금씩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혹은 차별과 혐오가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고 보는가.

“나 역시 여전히 역사의 한 부분으로 속해 있기에 뭐라 말하기 참 어렵다. 세상이 어떻게 나아갈지 봐야 하는 입장이니까. 그렇지만 UC버클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많은 젊은이를 만나다 보니 느낀 건데 항상 그들이 희망을 줬다. 그들은 기성세대보다 훨씬 똑똑하며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편견을 가지는 대신 공감 능력이 뛰어난 데다 열정적이기도 하다. 솔직히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는 이기적이어서 실망하는 일이 많았다. 예컨대 기후위기 문제만 봐도 그렇다. 젊은 세대는 미래를 근시안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환경을) 최대한 해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한다. 반면 기성세대, 특히 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기적으로 생각하며 그들의 부를 비축하고 싶어한다. 젊은 세대가 어떻게 하면 사회를 뿌리째 바꿔 놓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런 지점에서 나는 젊은이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하루 빨리 젊은 세대가 (나라를 책임지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솔직히 70~80대인 트럼프와 바이든의 선거는 지긋지긋하다. 베이비붐 기성세대들이 이 나라를 이끈 지도 너무 오래됐다.”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 소수적 감정을 읽으면 본인의 ‘분노’와 ‘후련함’을 느낄 수 있다. 국내 한 대학 강연에서 “자신의 분노를 축소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 분노만으로 차별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분노 이후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달려있다. 만약 당신이 화가 난 채로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른 사람들을 찾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활동하는 운동가가 되고 싶다면 할 수 있는 정치적인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얘기해보면 위험을 감수한다거나 꿈을 좇는 일에 두려움이 큰 경우가 많다. 부모가 제시한 꿈이나 이민자로서 받는 요구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분노 이후에는 뭐가 됐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방향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인은 유교적 전통에 따라 서열 정하기를 좋아한다는 평가가 있다. 그런 특성은 차별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실제 최근 한국에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이 크게 늘면서 현실에서 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한국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매우 단일한 민족의 유교 국가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단일 민족이라는 점을 자랑으로 여기기도 했지만, 이런 사고방식을 유지한다면 미래로 나아가긴커녕 과거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경제나 출산율 같은 문제에서 말이다. 한국의 경우 이민자들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사고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민자들이 있어야 보다 풍족하며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나라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긍정적인 측면은 다문화 국가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통계적으로 보면 더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있는 도시일수록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고 문화적으로 풍요롭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러스처럼 말이다. 이건 통계학적 사실이다. 한국은 이제 단일 문화를 고수하던 방식을 벗어나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첫걸음을 떼기 위해 정치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일터에선 동일 임금 동일 노동을 위해 싸우는 것부터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그들이 일하는 일터에서 차별받거나 착취당하지 않아야 하고 직업 훈련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다시 말하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더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문학 작품이나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일처럼 말이다.”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캐시 박 홍 UC버클리대 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버클리 | 이창준 기자

- 구조적 차별은 언제 어디서든 존재했을 것이다. 소외감을 주는 사회구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현실에서 차별과 편견이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보나.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불가능할 것 같다(웃음). 사회 정의를 위한 투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언젠가 차별이 아예 없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엉망인 경우가 많고 차별은 항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하지만 투쟁이 계속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 세대별로 다르긴 하겠지만 앞으로 더 다정하고, 더 진보적이고, 더 열린 마음을 가진 세대들이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 차별이 완벽히 사라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는데 인간은 원래 악한 존재라고 보는가.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인간은 매우 복잡한 존재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이 있기도 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한국전쟁, 홀로코스트 등을 떠올려 보면 권력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는 폭력성이 내재돼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인간의 어두운 본성을 제어할 수 있도록 사회를 발전시켜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두운 본성을 제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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