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인선 등 본격 전대 체제 돌입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진표가 20일 윤곽을 드러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23일 출마 선언을 하기로 확정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윤상현 의원도 출마 결심을 밝혔다. 나경원 의원도 “결정의 때가 왔다”며 출마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안철수·김재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해 현재로선 4파전 구도가 유력하다.
한 전 위원장은 오는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언론 소통창구로 정광재 전 국민의힘 대변인을 인선하는 등 본격적인 전당대회 체제에 돌입했다. 한 전 위원장이 캠프를 꾸린 여의도 대산빌딩에는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김형동 의원, 정 대변인 등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 대변인은 “한동훈 위원장이 ‘이번에 (대표로)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얘기하시더라. ‘잘해서 보수 정권 재창출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정 대변인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당대표 출마 의지를 전했다. 한 전 위원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이기는 정당을 만들어보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격려의 말을 해줬다고 한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과의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있다”며 “출마 전에 연락하는 게 예의 아니겠나”라고 했다.
원 전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총선 패배 이후 대한민국과 당의 미래에 대해 숙고한 결과 지금은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온전히 받드는 변화와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원 전 장관이 ‘당정일체’에 무게를 뒀다는 점에서 친윤석열(친윤) 주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원 전 장관은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초대 국토부 장관을 맡아 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7월 서울-양평 고속도로사업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대야 공세에 맞서면서 ‘윤석열·김건희 호위무사’라는 이미지가 강해지기도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 전 장관과) 대통령과의 친밀도를 생각했을 때 대통령과 상의가 있지 않았겠나”라며 “다른 후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성격도 있지 않나 싶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통령의 의중이 작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이 전날 친윤 지원설에 선을 그은 점도 원 전 장관이 친윤 주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원 전 장관이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는 얘기의 근거로 용산에서 나경원 의원을 크게 믿음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들이 있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 출연해 “표를 구하는 사람으로는 친윤 표도 받아야 하고 반윤 표도 받아야 하고 비윤 표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결정의 때가 차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들도 속속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상현 의원은 오는 21일 인천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갖는다. 초선 당대표 도전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김재섭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앞서 안철수 의원도 지난 17일 “전당대회보다는 대한민국을 위해 더 시급한 과제들에 집중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 전 장관의 출마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 전 장관이 친윤 조직표를 업고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대표 선출시 과반을 얻지 못하면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가 결선투표를 치른다. 1차 투표 후 2위 득표자를 중심으로 나머지 후보들이 단일화에 나설 수도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조직표가 있기 때문에 그걸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4등, 5등 후보들이 빠지고 실제 후보를 등록하면 표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