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순방 중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취임 후 15번째

유새슬 기자    호놀룰루 | 박순봉 기자

본회의 통과 닷새 만에 하와이서 재의요구안 재가

야당 단독 입법 → 대통령 거부권 악순환 반복

대통령실, ‘임성근 제외’ 경찰 수사결과 언급

“실체적 진실 밝혀져…정치적 악용 말아야”

공은 국회로…민주 “윤 대통령, 국민과의 전면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도열병의 거수 경례를 받으며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다. 채 상병 특검법의 운명은 다시 국회에 맡겨졌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가 재의결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하와이에 도착해 재의요구안을 전자 결재했다. 지난 4일 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닷새 만이다. 취임 2년을 막 넘긴 윤 대통령은 이미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법안을 국회로 되돌려보낸 대통령이 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어제(8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대통령실은 “다시 한번 순직 해병의 명복을 빌며 유족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전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하고 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 측은 해병대 수사단의 경찰 이첩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책임 소재가 밝혀졌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표결 끝에 최종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통과시켰다.

이번 특검법은 21대 국회보다 더 강력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가지고 윤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거부하면 자동으로 특검이 임명될 수 있게 했다. 한 총리 등 정부 당국자들은 이를 근거로 “위헌성이 한층 가중된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 대표 선거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체 특검을 발의하고, 여야 간 중재안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국민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윤 대통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국혁신당은 의원 공동 성명에서 “순직 해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는, 민심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민심을 정면으로 거슬러 도전한 대통령을 가만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수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진실보다 정쟁과 공세만이 가득한 특검보다는 공수처의 수사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순리”라며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진상규명’이라는 간절함에 따른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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