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건희 문자 파동’…“다 망했다”

유설희 기자

뉴스분석 - ‘문자’에 갇힌 여당

“한동훈 배신자, 대통령 소인배, 김 여사 측천무후, 원희룡 기회주의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김건희 여사의 ‘문자메시지’ 파동이 확산하며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당권 주자들, 문자를 두고 갈라진 당 소속 의원들까지 “모두가 패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는 “자해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가 비전 경쟁 대신 문자 파동에 갇히면서 총선 참패 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쇄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번 문자 파동에서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당권 주자 어느 누구도 승자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문자 파동을 두고 “다 망한 것”이라며 “한동훈은 배신자, 원희룡은 기회주의자, 대통령은 소인배, 김 여사는 측천무후 이미지만 남았다”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이번 문자 파동으로 심리적 분당 상태가 됐다”고 했다.

한동훈 후보를 두고는 논리적이긴 하지만 인간미가 없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는 목소리가 있다. 한 후보는 김 여사 문자에 답하지 않은 이유로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를 분리해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TK) 지역 중진 의원은 “대구·경북에서는 문자에 답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당원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대표로서 정무적 감각이 부족한 것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사과해서 지지율 오르면 김 여사 덕이고 지지율 떨어지면 내 탓이니까 공무원적인, 보신주의적인 계산을 한 것 아니냐”라며 “선거 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무슨 이런 계산을 하냐”고 했다.

원희룡 후보도 큰 타격을 입었다. 원조 개혁 소장파로서 쌓아온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이미지를 잃어버리고 노회한 정치인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한 3선 의원은 “원 후보는 옳은 말을 하며 사는 비주류 정치인의 길을 걸었기에 권력의 힘 대신 말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살았다”며 “지금은 권력에 붙어 한자리 해보겠다는 이미지만 남은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원 후보는 이번 문자 파동을 한 후보 공격에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주자다. 하지만 문자 파동이 한 후보와 김 여사의 일대일 구도로 되면서 별다른 득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원외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당권 주자 중 최대 피해자는 원희룡이다. 덫에 걸렸다고 본다”며 “며칠 동안 원희룡은 사라지고 한동훈과 김건희만 보였다”고 말했다.

문자 파동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은 부인 문제를 두고 격노하는 등 감정에 휘둘리는 ‘속 좁은 대통령’ 이미지를 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기 감정 못 다스리는 대통령 돼”…“친윤의 뻘짓” 비판도

총선을 앞두고 김 여사 특검 방어를 고집한 면도 재차 부각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기 감정도 못 다스리는 미성숙한 대통령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직책 없는 대통령 부인이 당무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드러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한 의원은 “문자는 둘이 했는데, 한쪽이 흘렸다”며 “한쪽(한 후보 측)은 분명히 아니라는 게 드러났고, 그럼 나머지 한쪽(김 여사)이 흘렸다는 건데 이 자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여사가 개인 문자까지 공개하며 대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 부부의 타격을 감수하고 문자 파동을 이슈화한 이유를 두고는 “친윤 세력의 운명이 달린 선거라고 보고 팔 하나를 내주고 목을 자르겠다는 것”(초선 의원), “친윤들이 뻘짓한 것”(원외당협위원장) 등의 평가가 나왔다. 문자 파동이 전당대회의 핵심 이슈가 되면서 총선 참패를 ‘수습’해야 하는 여당이 반성과 쇄신, 변화를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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