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안 했나, 못 했나···독해력 시험하는 ‘김건희 문자’

유설희 기자

국민의힘, 김 여사 사과 의사 진실성 공방

원희룡 “한동훈 호응했다면 답 찾았을 것”

한동훈 “사과 뜻 없다는 것 여러 경로 확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 필요성을 묻는 김건희 여사의 문자를 총선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무시했다는 논란을 두고 후보들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김 여사가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이 한 후보의 문자 무시 때문인지, 김 여사가 본래 사과할 뜻이 없었기 때문인지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후 친윤석열(친윤)계 의원들과 한 후보의 당권 경쟁자들은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뜻을 외면하면서 사과 타이밍을 놓쳤다고 주장한다. 김 여사는 충분히 사과할 뜻이 있었으나 한 후보 때문에 사과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취지다.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네 명은 9일 첫 방송 토론에서 나온 오엑스(OX) 질문에서 ‘김건희 여사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면 총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질문에 모두 ‘그렇다’(O)고 답했다. 하지만 왜 사과가 이뤄지 않았는지에 대한 진단을 달랐다.

윤상현 후보는 “충분히 김 여사는 (총선때도) 사과할 의향이 있었고, 사과가 이뤄졌다면 총선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도 “김 여사의 사과는 총선 당시 현장의 후보들이 간절히 원했던 한마디였고, 그래서 최근 1월 (김 여사의) 문자 이야기에 모두들 허탈했던 것”이라면서 “모든 것이 타이밍에 있는건데 그 때 사과가 있었으면 저희가 많이 이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원희룡 후보는 지난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 위원장이 그때 정상적이고 상식적으로 호응했다면 얼마든지 지혜로운 답을 찾을 수 있었고, 당이 그토록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문자에 답장을 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공격했다.

2024년 7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TV조선을 통해 열리는 첫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연합뉴스

2024년 7월 9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나경원, 윤상현, 원희룡,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TV조선을 통해 열리는 첫 TV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동훈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김 여사가 본인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사과 의사를 밝힌 것과 달리 실제로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 과정에서 여사님께서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을 했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저는 (김 여사가 문자에서) 말씀하신 내용이 진의가 아니었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 시점에서 그걸 확인한 상태였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제가 사적인 연락에 답하는 것 자체가 이것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측에서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지난 1월15일부터 지난 1월25일까지 5건의 문자를 보냈을 당시 친윤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사과 불가론을 편 것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19일 한 후보에게 “천 번 만 번 사과를 하고 싶다. 다만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음 날인 1월20일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잘 알려져 있는 이용 전 의원은 국민의힘 전체 의원 SNS 단체대화방에 김 여사 사과 불가론에 대한 글을 올렸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 유튜버 문갑식씨의 주장을 정리한 것으로 “FL(퍼스트레이디)이 사과하면 수도권에서 지지율이 올라가나. 사과를 하든 안하든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으며, 사과를 하는 순간 민주당은 들개처럼 물어뜯을 것”이라며 “특히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매도하고 남편이 책임지라는 수순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고 적혀 있다. 김 여사가 언급한 진정성과 책임론 부분과 유사하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이 지인들에게 이 글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친윤계 인사로 꼽히는 장예찬 전 최고위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김 여사는 사기 몰카 취재에 당한 피해자”라며 “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자보고 사과하라고 하는 것인가. 사과는 가해자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다음날인 1월21일에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윤 대통령의 지지 철회 뜻을 전달받으며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하라고 요구받았다.

핵심 친윤으로 분류되는 이철규 의원도 지난 1월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교통사고에 비유하며 “여러분이 가시다가 교통사고가 났을 때 왜 집에 안 있고 길거리에 나와서 교통사고를 당했냐고 책임을 물으면 동의하겠나. 똑같은 케이스”라며 “사과라는 것은 불법이라든가 과오가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는 취지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철규 의원 등 친윤계 의원들이 사과 불가론을 얘기하는 상황에서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낸 것은 내 마음은 사과하고 싶지만 안 된다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다는 취지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김 여사는 명품백 수수에 대해 총선 전은 물론 현재까지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대통령 부인의 명품백 수수에 대한 비판이나 반성은 사라지고, 뒤늦게 책임을 가리겠다며 연일 공방만 벌이고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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